한나라당은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 지역 수해로 10월 2∼4일로 연기된 것과 관련해 정상회담을 아예 대선 이후나 차기 정부로 미룰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재섭 대표는 20일 “남북 정상회담을 대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둔 10월에 개최하느니 차라리 다음 정권에 넘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안한 뒤 “꼭 노 대통령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상의, 협조해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정상회담이 연기된 데 대해 의혹의 시선이 적지 않고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의 이행을 책임지는 주체가 다음 정부라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작업과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왕 정상회담이 늦어진 마당에 서두를 이유가 뭐가 있겠나. 차기 정부가 하는 게 여러 모로 낫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임기가 불과 반 년밖에 안 남은 상황이고 현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담보할 수 없는 게 사실 아니냐”며 “정상회담 성과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해서라도 회담을 차기 정부로 이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차기 정권으로 넘기면 회담 자체가 이뤄질지 불투명하고, 또 하더라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그때까지 한반도 평화, 비핵화, 남북 경제협력의 노력을 정지하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천 대변인은 남북 정상회담을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상의해야 한다는 강 대표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아직 한 정당의 후보에 불과한데 그 분과 협의해서 (정상회담을) 미뤄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말은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마지막 1년의 반 이상은 국정을 운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