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한 가운데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간 '대리전'이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당 대표와 원내대표 경선이 사실상 '빅2'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된데 이어 17대 국회의 마지막을 장식할 원내 지도부 선출에도 이들의 '입김'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
21일 복수의 당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할 후보로는 3선의 안상수, 맹형규, 권철현, 안택수, 남경필 의원 등이 물망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안상수, 맹형규 의원의 경우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립인사'들로 분류됐지만 사실상 안 의원은 친이(親李), 맹 의원은 친박(親朴) 쪽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맞붙을 경우 '묘한 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맹 의원의 경우 당직을 맡고 있어 명목상 중립이지만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황우여 사무총장을 정책위의장 후보 러닝메이트로 고려하고 있고, 안 의원은 친이계 혹은 중립성향 의원 가운데 러닝메이트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대리전 구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실제 대리전이 될 경우 외견상으론 이 전 시장 진영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총 128명의 의원들 가운데 친이계 의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20일 전당대회 이후 당의 체제가 대선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과정이어서 대선후보의 영향력 반영이 불가피하기 때문.
이 후보 자신도 올해 연말까지 사실상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당권 장악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내 조직싸움에서는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후보로서는 가능하면 빨리 당에서 박 전 대표의 색깔을 벗겨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핵심 당직자는 "예단하긴 이르지만 이 후보와 박 전 대표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리전 성격을 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에는 박 전 대표가 당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이 전 시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양상은 오히려 반대"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 이후 지난 4·25 재보선 참패의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전여옥, 강창희 의원을 대신할 신임 최고위원 선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최고위원 공석을 채우지 않고 이대로 당을 운영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특별히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