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대선 운동에 얼마나 협력할까.
박 전 대표가 경선 탈락 뒤 내놓은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언급을 두고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한 당 안팎의 해석이 분분하다.
당장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로부터 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가 올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느냐 여부가 관심이다.
이에 대해 '백의종군'이라는 언급 자체가 이를 간접적으로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우선 나왔다. 반대로 '백의종군'이라는 말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거부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 전 시장은 경선 전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가 선거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아준다면 더 이상 고마울 수가 없다"며 사실상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에서는 아직 공식 제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섣부른 언급은 자제했다. 또 맡겠다는 뜻도, 안 맡겠다는 뜻도 명확히 하지 않은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핵심 측근 의원은 "공식적으로 제안된 것도 아닌데 너무 앞서갈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표측은 백의종군 발언이 선대위원장직 거부 시사로 언론에 많이 해석되자 "너무 앞서 나갔다"고 지적하면서 수용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한 측근 의원은 "백의종군이라는 뜻은 자리를 요구하거나 무엇을 탐하거나 그런 것 없이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지, 선대위원장을 안 맡겠다는 것 등으로 성급히 해석하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의 백의종군 언급은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그런 의미로 한 것"이라면서 "이 후보가 선대위를 구성하려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걸 맡겠다, 안 맡겠다고 말하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분간 안팎의 상황을 두고 보면서 종합 판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이 후보의 선대위원장까지 맡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와 도와줄 것이면 확실하게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선대위원장직 수용론은 전략적 측면에서 박 전 대표의 보폭을 넓히는 길도 된다는 점에서, 또 거부론은 경선 과정에서 그렇게 문제가 많은 후보로 지적했는데 선대위원장까지 맡는다는 것은 그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 각각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선에서 당심을 확인한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의 선거협력 과정에서 당내 지분을 요구하는 등 `조건부 협력'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과정에서 이 후보측과 박 전 대표측 사이에 또 한 번의 기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