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영황제가 가르는 금빛 물살이 폭염 속 일본 열도를 시원하게 갈랐다.
베이징올림픽 수영 2관왕을 노리는 박태환(18.경기고)이 프레올림픽으로 열린 '2007 일본국제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2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지바 국제종합수영장에서 펼쳐진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77를 기록하며 2위로 골인한 자유형 장거리의 '10년 황제'그랜트 해켓(3분45초27.호주)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가장 먼터 터치패드를 찍었다.
지난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해켓을 밀어내고 금메달(3분44초30)을 따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박태환은 해켓과 5개월 만의 메이저 무대 재대결에서 다시 승리해 1년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금메달 가능성을 환하게 밝혔다.
또 해켓 뿐만 아니라 마테우츠 쇼리모비츠(폴란드), 데이비드 데이비스(영국), 장린(중국) 등 장거리 강자들을 모두 제치며 자유형 400m에서는 명실상부한 세계 1인자의 자리를 굳혔다.
오전 예선에서 첫 선을 보인 전신수영복에 불편을 느껴 결승에서는 반신수영복을 입고 2번 레인 출발대에 선 박태환은 0.71초의 빠른 출발 반응을 보이며 물 속에 뛰어들었다.
50m 구간에서 첫 턴을 할 때만 해도 박태환은 3위에 처졌으나 100m 지점에서 54초52를 기록하며 해켓(54초48)에 이어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후 150m를 더 달릴 때까지 박태환은 해켓에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유지했다. 250m 지점 턴을 할 때 해켓은 2분20초75였고 박태환은 2분20초96이었다.
하지만 300m 지점에서 박태환은 3위로 처졌다. 가운데 레인들을 신경쓰느라 쳐다보지도 않았던 1번 레인의 스탄치크(폴란드)가 2위로 치고 나온 것.
당황할 만 했지만 박태환은 침착했고 이 때부터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속도를 낸 박태환은 350m 지점에서 3분18초12를 기록, 해켓(3분18초23)과 스탄치크(3분18초54)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막판 스퍼트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박태환은 남은 50m에서 결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힘차게 팔을 휘젓고 발을 굴러 남은 거리를 역영한 박태환은 터치패드를 찍은 뒤 전광판을 통해 자신이 1등이라는 걸 확인했고 포효하며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