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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1개월 시승기/푸조407

입력 | 2007-08-22 03:02:00


유연한 몸매 폭발적인 힘… 변속 충격 거의 없어

경기시간에 늦은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브릴 시세가 경찰의 권유로 한 택시에 올라탔다. 주인공의 간단한 키보드 조작으로 스포츠카로 변형된 택시는 시속 312km로 마르세유 축구경기장 잔디밭 안까지 질주해 들어왔다. 관중들은 시세의 등장에 한 번 놀라고 택시의 뛰어난 맵시에 또 한 번 열광했다.

프랑스영화 ‘택시4’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푸조407. 푸조407을 한 달 동안 타고 4200km가량을 달렸다. 장시간 시승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은 차’다.

○프랑스 현지 차 값과 가격 차 거의 없어

6단 자동변속기에 1997cc 고압 직분사 방식의 HDI 디젤 엔진, 실내 전체를 감싸는 9개의 에어백과 가죽시트, 선루프에다 뒷좌석 햇빛차단커튼, 여기에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능이 첨가된 내비게이션까지.

이 모든 품목을 갖춘 가격은 4550만 원, 세금과 운송비를 따지면 프랑스 현지 판매가격 3만3900유로(약 4320만 원)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푸조 관계자들은 “국내에 수입된 차량 중 가장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자랑한다.

가격 대비 만족도의 정점은 연료소비효율이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서울 시내까지 왕복 90km를 출퇴근하며 고속도로와 도심을 한 달 동안 달린 결과, 평균 연비는 L당 11.6km가 나왔다. 지방 출장을 위해 고속도로 위주로 달렸을 때는 최고 L당 14.5km가 나와 공인 연비(L당 14.3km)를 능가하기도 했다.

○스포츠카 맵시에 폭발적인 디젤엔진

보닛을 타고 길게 뻗은 헤드램프의 눈매, 입을 크게 벌린 라디에이터그릴, 직선에 가깝게 쭉 뻗은 보닛과 천장 라인, 짧고 탄탄한 엉덩이. 모든 게 스포츠카와 닮았다.

하지만 길이(4670mm)와 높이(1440mm)가 현대자동차 쏘나타(길이 4800mm, 높이 1470mm)보다 작아 실내가 좁고 수납공간이 적다. 차체도 낮아 턱이 높은 주차장을 드나들 때 간혹 긁혔다.

주행 성능은 2000cc급 엔진으로는 발군이다.

우선 변속 충격이 거의 없는 6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기본 속도로 달릴 땐 부드럽고 안정적이었다. 좀 더 박력 있게 달리려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밀어붙이는 힘이 디젤답게 힘찼다. 세계에서 승용차용 디젤엔진을 가장 많이 만드는 푸조는 407 HDI엔진에 커먼레일 터보와 인터쿨러를 달아 최고 출력이 138마력, 최대 토크를 33.7kg·m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높은 토크를 발휘할 때면 영락없이 심한 굉음을 토해 내 귀에 거슬렸다.

프랑스판 쏘나타인 푸조407은 타면 탈수록 곳곳에 스며 들어 있는 프랑스인의 콧대 높은 자존심이 느껴졌다. 그만큼 견고하고 완성도가 높은 차라는 생각이 든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