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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올 가을 유혹코드 ‘블랙 퓨처리즘’

입력 | 2007-08-24 02:59:00


그녀는 ‘미러볼’이었다.

16일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있었던 영화 ‘두 얼굴의 여친’ 제작 발표회장. 여배우 정려원이 등장하자 관객들의 시선이 고정됐다. 그는 시폰 소재의 검은색 미니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옷 가운데 늘어선 금빛 시퀀(옷에 다는 금속조각) 수백 개가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 요동쳤다. 영화보다 ‘미러볼’(나이트클럽 천장에 달아맨 거울을 붙인 공 같은 장식품) 패션이 더 관심을 끌었다. 2007년 가을엔 ‘블랙 퓨처리즘’의 유혹이 시작된다.

○ 메탈 광택-검은 소재 만나 묵직함 연출

퓨처리즘이란 ‘미래적인, 미래를 연상시키는’이란 뜻으로 금속 비닐 등 반짝이는 소재를 이용한 패션스타일이다. ‘블랙 퓨처리즘’은 퓨처리즘의 ‘터프’ 버전. 올봄 패션계의 화두로 떠올랐던 퓨처리즘이 검은 색상과 만나 묵직한 형태로 진화했다. 의류회사 ‘인터웨이브’ 상품기획팀의 정혜진 팀장은 “블랙 퓨처리즘의 생명은 반짝거리는 소재에 있다”며 “검은색에 금색, 은색 등의 메탈 소재를 넣어 대비 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정려원이 입은 바네사브루노의 미러볼 패션 미니 드레스를 비롯해 검은색 수트에 은색 메탈 소재의 실을 첨가한 지안프랑코페레의 정장, 금색 메탈 소재의 실과 비즈를 누벼 만든 지안프랑코페레 금색 실크 원피스 등이 블랙 퓨처리즘의 대표 상품들. 입생로랑이 선보인 여성용 재킷과 코트에는 ‘러사지’라는 프랑스 산(産) 광택 패브릭 소재가 악어 무늬와 함께 포함돼 입체감을 표현했다.

페이턴트 가죽(에나멜을 가공 처리한 광택이 도는 가죽)을 사용한 안나 몰리나리의 미니 스커트나 질 스튜어트의 롱부츠, 장갑 등으로 일부분만 포인트를 준 블랙 퓨처리즘 제품도 선보였다. 블랙 퓨처리즘에 가볍게 포인트를 주기 위해 사용되는 색은 ‘보라색’. 디젤의 보라색 미니스커트나 질 스튜어트의 보라색 바지 등으로 ‘믹스 앤드 매치’를 시도해볼 수 있다.

○ “어둡고 강렬한 여전사”… 당당한 여성심리 드러내

블랙 퓨처리즘은 골드, 실버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던 퓨처리즘이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모노톤, 특히 검은색으로 옮겨진 측면도 있다. 정 팀장은 “중세를 콘셉트로 한 의상이 올 하반기 패션의 기본 코드”라며 “어둡고 강렬한 여전사식 의상들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성성을 강조한 로맨틱 스타일이 인기를 얻은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블랙 퓨처리즘 속에 담긴 메시지는 바로 여성성 탈피. 퓨처리즘이 실버 위주의 사이버틱하고 무성(無性)의 이미지를 드러낸 것과 달리 블랙 퓨처리즘은 남성성을 강조해 마치 남자들을 잡아먹을 것 같은 터프한 모습을 보여 준다. 삼성패션연구소 조윤희 책임연구원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던 1980년대 수트 위주의 여성 패션이 유행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블랙 퓨처리즘 역시 자신감이나 성취감, 남성 못지않게 당당해지고 싶은 여성들의 심리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