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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얘긴 아줌마가 써야 제맛이지”

입력 | 2007-08-24 02:59:00

올 4월부터 ‘아줌마기자단’에서 활동하는 주부 기자들. 이들은 “한 가정의 살림을 꾸려 나가는 주부의 시각에서 생활 주변의 문제점들을 파헤치고 싶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주부들이 느끼는 ’명절 스트레스’를 집중 분석해 보면 어떨까요.”

“그건 좀 식상한 주제 아닌가요. 그보다는 남편과 아이, 시부모의 시선에서 접근해 봅시다.”

“명절이 되면 주부들이 ‘스트레스 받는다’ ‘고생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요. 연휴에 해외 여행 가는 주부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각을 넓혀야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여성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아줌마닷컴’(www.azoomma.com) 사무실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아줌마기자단’이 기획회의를 하는 현장이다.

아직 추석이 한 달 정도 남았지만 회의에 모인 10여 명의 주부 기자들은 벌써 다음 달 주제인 추석 명절을 놓고 기사 발굴에 한창이다. ‘명절음식 이웃과 나누는 방법’ ‘귀성길 차창 밖으로 쓰레기 던지지 말기’ ‘추석 때 친정 나들이는 왜 안 가나’ 등의 기사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아줌마닷컴’은 올해 초 주부의 시각에서 생활 주변의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아줌마기자단을 만들었다. 1000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서류 및 기사작성 시험을 거쳐 22명의 주부를 최종 선발했다. 3개월 동안 취재 및 기사작성 교육을 받고 4월부터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아줌마기자단이 취재한 기사 중에서 ‘학교 앞 불량식품’ ‘책가방 속 유해물질’ ‘문방구 불법 오락기계’ 등의 기사는 조회 수가 1000여 건이 넘기도 했다. 일부 기사는 신문과 방송에서 후속 취재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해외와 지방 거주 주부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부들은 매달 한 번씩 모여 기획회의를 하고 기사 주제를 결정한다. 기자로 활동하는 주부들은 주당 평균 1건의 기사를 아줌마닷컴 사이트와 개인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아줌마기자단 1기는 다음 달 말 활동을 마감하며 9월 말에 2기 선발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른 여성 사이트에서도 비슷한 개념의 주부 기자단을 구상 중이거나 모집하고 있다.

황인영 아줌마닷컴 대표는 “신문 독자칼럼이나 TV 정보 프로그램에서 주부 리포터들이 종종 활동하기도 하지만 취재 계획에서부터 기사 작성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주부 기자단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라며 “가정살림, 교육, 환경 분야에서 주부의 실전 지식과 경험을 십분 활용한 기사들이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기자단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인터넷에 글을 올려 본 경험이 많은 주부가 대부분이다. 아줌마기자단은 30, 40대 전업 주부들이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주부는 5, 6명.

블로그 4개를 운영하는 성경애(49) 주부는 “사회 문제를 지적한 기사는 많지만 주부의 관점에서 접근한 기사는 부족하다고 느껴 직접 기자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기자로 활동하는 박보경(34) 씨는 “취업 주부들은 가정살림보다 보육시설, 직장 내 성차별 실태, 인간관계 관리, 직장생활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주부 기자들은 “생활 주변의 조그만 문제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고 디지털 카메라로 이것저것 찍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