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꼭 메달 따고 싶어요.” 2007 하계유니버시아드 수영 평영 여자 200m에서 2분 24초 67의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정슬기(연세대)가 모교인 서울체고 수영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안철민 기자
감기에 자주 걸리던 허약한 소녀가 물을 떠나선 살 수 없는 ‘인어 공주’가 됐다.
한국 여자수영의 기대주 정슬기(19·연세대). 18일 막을 내린 2007 하계유니버시아드 수영 평영 여자 200m에서 2분 24초 67의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그는 ‘여자 박태환’으로 불린다. ‘마린보이’ 박태환(18·경기고)과 함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모교인 서울체고 수영장을 찾아 훈련 중인 정슬기를 만났다.
○ 물 떠나선 못 살아
“하루라도 풀에 들어가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요.”
정슬기는 짧은 휴가 때도 늘 모교인 서울체고를 찾는다.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떠나도 물이 좋아 계속 풀에 남아 있다.
한국 여자 수영선수의 전성기는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한국기록을 내는 선수나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내는 선수 중 대학생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운동했기 때문에 목표를 이룬 뒤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슬기는 대학에서 오히려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기록경기는 깨끗해요.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나오죠. 무엇보다 힘든 훈련을 끝내고 0.01초라도 단축했을 때 느끼는 희열이 저를 사로잡아요.”
정슬기는 6세 때 감기에 자주 걸리자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수영장을 간 게 계기가 돼 수영 선수가 됐고 고교 1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 베이징 올림픽 메달을 향해
평영 여자 200m 세계기록은 2분 20초 54(레이즐 존스·호주). 하지만 올림픽에선 2분 23∼25초대에서 메달 색깔이 결정됐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어맨다 비어드(미국)가 2분 23초 37의 기록으로 우승했고 존스(2분 23초 60), 안네 폴레스카(2분 25초 82·독일)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유니버시아드에서 기록한 정슬기의 2분 24초 67은 올림픽 3위에 해당되는 셈. 앞으로 1년. 보완해야 할 일이 많다. 가장 먼저 50m 스트로크(팔다리를 젓는 횟수) 수를 줄여야 한다. 현재 22회를 18회까지 줄일 계획. 같은 거리를 적은 스트로크로도 다른 선수와 같은 페이스로 갈 수 있다면 체력을 안배할 수 있어 막판 스퍼트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방준영 수영 경영대표 코치는 “영법과 스타트, 턴, 근력 보강 등 다듬을 부분이 많지만 잘만 다듬으면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슬기는 누구
△생년월일=1988년 7월 13일 △신체 조건=175cm, 60kg △혈액형=O형 △출신학교=서울 연촌초(하계동)-하계중-서울체고-연세대(사회체육과) △국제대회 성적=2006 범태평양수영선수권 평영 200m 동메달, 2006 도하 아시아경기 평영 200m 동메달, 2007 하계유니버시아드 평영 200m 금메달 △한국기록=평영 100m(1분 9초 73) 평영 200m(2분 24초 67) △취미=영화 감상, 친구와 수다 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