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의 산책길이 길어져 조금은 늦게 찾아온 여름 밤하늘엔 한낮의 뜨거웠던 대지를 식혀 주는 은하수가 걸려 있다. 쏟아질 듯한 은가루를 따라 내려가 보면 은하수가 더욱 짙어지는 곳에서 궁수자리를 만난다.―본문 중에서》
화가 고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2년 전인 1888년 9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을 그렸는데, 이 그림 속에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 뚜렷이 보인다. 이듬해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면 신비로운 푸른빛이 감도는 밤하늘에 별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 그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고흐에게 여름밤의 별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라고 적었다.
별은 저마다의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이나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처럼 아름다운 사랑이나 낭만을 뜻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미래와 운명을 예언해 주는 점성술의 의미가 있으며, 일부 학자에게는 우주의 시원을 규명하는 과학 연구의 대상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문자로 역사를 기록하기 오래 전부터 별들의 생김새를 보고 방향이나 시간을 어림잡았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별을 통해 사람의 운명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전쟁이나 재난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울러 1년 동안 태양이 별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별들을 집단으로 묶어 별자리로 구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자리 하나하나에 사람, 동물, 사물 따위의 신화 속 주인공 이름을 붙였다. 따라서 별자리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별자리와 신화의 세계는 나무가 빽빽이 자라 앞이 보이지 않고 곳곳에 깊은 늪이 숨어 있는 밀림과 비슷하다. 능수능란한 길라잡이가 없을 경우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풀코스 별자리 여행’은 이런 밀림 속에서 늘 곁에 붙어 길을 알려주며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는 길동무 같은 책이다. 이 책의 표지에 붙어 있는 별자리판을 돌려 전갈자리, 백조자리, 궁수자리, 헤라클레스자리 등을 찾다 보면 여름밤이 너무나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가지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오랫동안 꾸준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 책을 통해 옛 조상들이 남긴 별자리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도 별자리가 새겨진 고인돌이 최소한 18개 발견됐다. 기원전 2900년경에 제작된 평안남도 증산군 용덕리 고인돌의 경우에는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사냥개자리, 헤라클레스자리 등 무려 11개의 별자리를 찾을 수 있다. 낙랑고분, 무용총, 각저총에서도 별 그림이나 천문 유물이 발견되었으며 고구려의 천문도를 조선 태조 때 1464개의 별로 다시 새긴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세계 정상 수준의 천문도도 전해 오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우리의 옛이야기가 서로 어우러진다면 여름밤이 더욱 찬란해지리라.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