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축구대회에서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비판론이 거세다. 프로축구단 감독을 포함한 일부 축구인은 “K리그 드래프트 제도가 유소년 선수를 제대로 키울 수 없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프로축구연맹은 추첨에 의한 신인선수 선발 제도인 드래프트제를 2006년부터 도입하면서 구단에 클럽시스템 확충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각 프로축구단은 12세 이하, 15세 이하, 18세 이하 팀을 만들어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14개 구단 중 부산 아이파크,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 등 4개 팀만이 제대로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프로축구단들이 유소년 육성에는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딴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연맹이 클럽시스템 확충을 요구한 이유는 2002년과 2003년 당시 안양 LG(현 FC 서울)와 수원 삼성이 중학교 중퇴 및 졸업자를 영입해 부작용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이때 프로에 입단한 20여 명 중 현재 제대로 뛰는 선수는 서너 명뿐. 나머지는 축구를 그만두거나 2군을 전전하고 있다.
프로팀이 유소년팀을 만들어도 참가할 대회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프로 진출자가 아닌 선수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면 대회 출전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성적’에만 급급한 학원축구팀들이 실력 좋은 프로팀 산하 팀의 출전을 막고 있다. 이는 현재 프로팀들이 학교의 이름을 빌려 팀을 키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17세 대표 21명 중 10명이 이런 팀 소속이다. 울산 현대고(4명)와 광양제철고(4명), 포철공고(2명)는 각각 울산, 전남, 포항이 키우는 팀이다.
결국 한국 유소년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로 유소년 시스템을 제대로 확충하고 학원축구의 ‘성적 지상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그런데 프로 구단들은 유소년 시스템 확충에 미온적이고 학원축구는 “성적만이 최고”라며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축구의 현실이고 청소년들이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가장 큰 이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