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8시경 인천 남동구 간석동 간석 사거리.
벽산아파트 방향에서 언덕길을 내려와 모래내시장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리던 승용차가 횡단보도 40m 전방에서 정지신호가 켜지자 급정거를 하며 멈췄다.
하지만 승용차는 횡단보도를 80cm가량 침범한 상태. 길을 건너려던 50대 부부는 녹색신호가 켜졌지만 과속차량을 의식한 듯 한참을 머물다 길을 건넜다.
간석 사거리는 인천 지역에서 운전자 과속과 무단 횡단으로 교통사고가 잦은 지점 중 한곳.
○ X자형 교차로 신호확인 어려워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월 24일 이곳에서 무단 횡단을 하던 김모(44) 씨가 차에 치여 숨졌다. 지난해에는 2명이, 2005년에는 1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인천지부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교통량이 많은 X형 교차로인 간석 사거리는 커브길 등 지형적인 관계로 운전자나 보행자가 각 방향 신호를 알아보기 어렵다.
또 횡단보도 신호의 주기가 길다 보니 무단 횡단이 잦아 항상 교통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 밖에 인천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잦은 곳은 서구 연희동 공촌 사거리, 남구 용일 사거리, 남구 주안역 앞, 부평구 구산 사거리, 남동구 간석동 간석시장 사거리, 남구 제운 사거리가 꼽혔다.
이들 지역은 도로시설물 불량 등의 원인으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해 지역마다 2005년 한 해만도 수십 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 예산 모자라 개선 사업 축소
하지만 이들 지역에 대해 사고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사업은 미비하다.
시는 올해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교통사고 잦은 곳’ 5곳에 대한 시설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7건(강화군은 3건 이상) 이상 교통사고가 난 곳은 698개 지점이었다. 이들 지점에서만 모두 6200여 건의 사고가 발생해 70명이 숨지고 8750여 명이 다쳤다. 1년간 인천에서 발생한 전체사고 1만1535건의 54%, 사망자의 35.7%(전체 196명), 부상자의 48.3%(전체 1만8130명)가량이 이들 지점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이들 사고다발 지점 중 우선적으로 교통시설물 보수가 필요한 45개 지역에 대해 설계변경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는 예산 부족으로 올해 남구 주안역 앞 등 단 5개 지점의 시설만 고쳤다.
지난해 9억6800만 원을 들여 26곳에 대한 교통사고 다발지역 개선사업을 벌인 것에 비하면 크게 축소된 것이다.
시 관계자는 “국고 50%, 시비 50%의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정부가 1억 원의 예산밖에 내려 보내지 않아 시도 같은 비율의 예산을 편성해 개선사업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