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라는 말이 유행한 지가 오래됐다. 여름이 되면 모두 피곤한 삶의 현장을 떠나 맑은 산천으로 떠나가는 것이다. 그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런 여행을 가지 못했다고 해 서글퍼할 이유는 없다. 맑은 산천으로 가야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操則存(조즉존)하고, 舍則亡(사즉망)이라’고 했다. ‘操’는 ‘잡다, 쥐다’라는 뜻인데, 이로부터 ‘부리다, 조종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舍’는 ‘버리다’라는 뜻이다. 이를 정리하면 마음이란 잘 다루면 나에게 존재하지만, 버리면 즉시 사라진다는 말이 된다. 그리하여 마음은 ‘出入無時(출입무시)하니 莫知其鄕(막지기향)하는’ 존재라고 한다. ‘出入’은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라는 말이고, ‘無時’는 ‘일정한 때가 없다’는 말이니 곧 아무 때나 나가고 들어온다는 말이다. 마음이란, 아무 때나 들어오고 아무 때나 나가는 것이니, 그 고향을 알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마음이란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므로 그것을 잘 간수하고 있으면 어느 곳에 있거나 맑음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을 잘 간수하고 있지 않으면 맑은 곳에 있어도 심사는 번거로운 것이다.
老子는 ‘不出戶, 知天下(불출호, 지천하)’라고 말했다. ‘出’은 ‘나가다’라는 뜻이다. ‘戶’는 원래 ‘외짝문’이라는 뜻이지만 이로부터 ‘문, 출입구, 집’이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이를 정리하면 ‘不出戶, 知天下’는 ‘문을 나서지 않아도 천하를 안다’라는 말이 된다. 천하를 알기 위해 천하를 다 다녀볼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집안에 앉아서도 천하를 안다는 노자의 말은 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여름날, 사람들이 떠난 도시에서도 한 평의 공간이 있다면 무한한 명상에 잠길 수 있고, 몇 권의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 이것이 천하를 아는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