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공산주의 정권이 물러난 뒤 가난에 허덕이던 알바니아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피라미드 사업에 빠져들었다.
업자들은 1년에 투자금의 배 이상을 돌려준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시장경제에 어두운 정치인들은 피라미드 사업자들에게서 뇌물을 받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뒷사람의 돈을 받아 앞사람에게 주는 사기 행각이 오래갈 수는 없는 노릇. 1996년 사기 행각이 종말을 고했을 때 총피해액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르는 10억 달러나 됐고 국가는 내전 상태로 빠져들었다.
경제학은 ‘사람들은 대체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역사는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키애런 파커와 게리 그리핀이 공동 저술한 ‘탐욕의 경제학’(사진)은 인류와 공존해 온 탐욕, 투기, 망상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만족을 모르는 탐욕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이지만 정도를 넘게 되면 개인이나 집단을 파멸시킨다. 투기는 탐욕의 결과이며 망상은 이성을 마비시켜 반사회적인 행동을 불러온다. 이 세 가지 악덕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진리만큼이나 부(富)를 추구했던 아이작 뉴턴은 영국 런던의 고급 주택 지하실에서 비밀리에 연금술에 빠져들었으나 실패했고, 1720년 서인도제도의 무역 독점권을 가진 ‘남해회사’에 투자했다가 거금 2만 파운드를 잃었다.
“만유인력을 측정할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계측할 수는 없었다”며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재력을 갖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투기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장됐다.
주식시장은 주기적으로 요동치며 투자자들을 골탕 먹였다. ‘부’를 향해 달리는 특급열차에 운 좋게 자리를 얻었다고 생각한 일반인들은 나중에서야 타고 있던 것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내려오는 롤러코스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1987년 ‘검은 월요일’ 때에 그랬고, 2000년 ‘닷컴 버블’ 때도 그랬다.
그리고 주가가 사상 최대 규모로 폭락한 2007년 8월 한국에도 ‘탐욕, 투기, 망상’의 그림자는 그전부터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저자들은 “세 악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썼다”면서 별다른 대책 없이 책을 끝맺는다. 구체적인 실천은 독자의 몫으로 돌린 채.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