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강경 보수파 상원의원의 '동성애 구애 의혹'이 정가를 들끓게 하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은 아이다호 주 출신인 래리 크레이크 상원의원(62). 1996년~2002년 당내 서열 4위인 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3선 의원이다. 당 지도부의 온건 보수론에 반대하는 모임을 이끌었으며 동성 간 결혼인정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미 의회 전문지가 입수한 경찰 수사기록은 다음과 같다.
크레이크 의원은 6월 11일 비행기로 워싱턴에 가던 중 중간 기착지인 미니애폴리스 공항의 화장실에 들어갔다. 문틈으로 안에 들어있는 남성을 여러 번 들여다본 뒤 옆 칸에 들어가 오른쪽 발로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옆 칸 남자가 발을 움직이며 화답하자 왼쪽발로 남자의 오른쪽 발을 톡톡 건드렸다. 이어 칸막이 아랫부분을 왼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런데 옆 칸의 남자는 사복경찰관이었다. 화장실에서 불미스런 행동이 자주 일어난다는 제보에 따라 잠복근무 중이었다. 경찰은 그의 행동이 게이들이 '구애'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체포돼 45분간 조사를 받고 풀려난 그는 결국 이달 8일 풍기문란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575달러의 벌금을 냈으며 1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28일 뒤늦게 이 사건이 보도되자 그는 강력히 해명하고 나섰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기 위해 발을 넓게 벌리고 바닥을 쓰다듬은 것이다. 유죄를 인정한 것은 단지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서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큰 실수였다. 내 지역구의 한 신문이 지난 8개월간 나의 성적(性的) 기호를 의심하며 나를 뒷조사해왔다.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알리기 싫었고 그 신문의 '마녀사냥'에 재료를 주기 싫었다. 나는 절대 동성애자가 아니다."
실제로 '아이다호 스테이츠먼'이란 지역 신문은 동성애 권리옹호 활동가들이 주장해온 '워싱턴 기차역의 화장실에서 크레이크 의원이 익명의 남자와 성적 접촉을 가졌다'는 루머를 그대로 보도한 바 있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29일 명확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