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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18년 복역 파나마 前독재자, 이번엔 佛 감옥행?

입력 | 2007-08-30 02:58:00


파나마 군대의 장군, 1960, 70년대 미국 마약수사국(DEA)의 정보원, 1983년 쿠데타로 집권, 1989년 미군에 체포, 미국에서 18년간 복역….

파나마의 전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73)가 장식해 온 파란만장한 삶의 다음 무대는 프랑스가 될 것 같다.

다음 달 9일 미 마이애미 형무소에서 석방될 예정인 그는 파나마로의 귀환을 소망해 왔지만 마이애미 법원은 28일 그의 프랑스 인도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프랑스 정부와 법원은 노리에가가 프랑스 은행들을 통해 315만 달러어치의 마약 수익금을 세탁한 혐의로 1999년 유죄를 확정한 뒤 그동안 미국 측에 신병 인도를 요청해 왔다. 인도되면 다시 재판을 하겠다는 것.

법원이 신병 인도를 승인함에 따라 최종 결정권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갖게 됐다.

노리에가는 1989년 파나마를 침공한 미군에 체포된 뒤 미 플로리다 주로 옮겨져 재판을 받았고 콜롬비아 마약조직을 비호한 혐의로 40년형을 선고받았다. 일반 감옥이 아닌 단독주택형 시설에서 지내 온 그는 올해 감형이 결정돼 18년 만에 자유를 얻을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의 변호인들은 “미국의 침공 과정에서 체포된 만큼 ‘전쟁 포로’의 지위가 부여되어야 하며, 제네바 협약에 따라 전쟁 포로의 추가 재판은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파나마 법원도 1991년 그를 야당 정치인 살인 사건 등의 배후자로 지목하고 궐석재판을 통해 40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파나마에는 ‘70세 이상 고령자는 감옥 생활 대신 가택연금에 처할 수 있다’는 법이 있다. 노리에가는 이 법의 적용을 받아 수감생활을 면할 것으로 기대해 왔고 지지자들은 그가 기거할 집을 단장하던 중이었다.

파나마 정부로서는 일부 남아 있는 노리에가의 지지자들이 그의 귀국을 계기로 결속할 것을 우려해 그가 프랑스로 향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