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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영식]피랍자 협상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유

입력 | 2007-08-30 02:59:00


온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눌렀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한국인 인질 사태가 인질 19명의 석방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남성 인질 2명이 살해된 터라 이들이 무사히 풀려나는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할 만하다. 정부의 노력이 컸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지금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한국 정부와 국민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미국 등 강대국이 세계경영을 하면서 ‘테러범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분명히 확인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테러집단’ 탈레반과 대면 협상을 했다.

인질이 살해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추가 희생자를 막기 위해 정부가 국제사회의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 생명을 구하려는 것을 탓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책무가 국제사회의 원칙보다 현 단계에선 정부에 더 중요했으리라 생각한다.

반면 한국인과 비슷한 시기에 자국민이 탈레반에 납치된 독일은 테러집단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독일 정부가 냉정하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19세기부터 식민지 경영에 나선 경험이 있는 독일로선 외국에서 벌어지는 자국민에 대한 위해 행위를 수도 없이 겪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원칙 고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단 ‘급한 불’은 끈 만큼 탈레반과의 이번 협상이 앞으로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취한 태도를 보고 테러집단이 한국인을 겨냥한 납치를 또 저지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번에 인질을 구한 방법이 장기적으론 전세계에 진출한 우리 국민의 안전에 역작용을 할 수도 있다.

일본 정부 주변에선 생김새가 한국인과 비슷한 일본인들이 앞으로 엉뚱하게 테러집단의 표적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테러집단과의 협상은 정부에는 고육책이었다. 더는 국제사회의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게 정부와 국민 모두 이번 사태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 같다.

김영식 국제부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