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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공무원이 ‘기자 취재동향 취재’

입력 | 2007-08-30 02:59:00


국가보훈처가 언론의 취재 요청과 보도에 대해 ‘취재 요청 시→취재 후 언론 공개 전→언론 보도 이후’ 등 3단계로 나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이 입수한 국가보훈처장 명의의 ‘언론기관 취재 요청 및 보도 시 대응 요령’ 공문에 따르면 1단계 사전인지, 2단계 상황조치, 3단계 대응 방안으로 나눠 단계별로 취해야 할 행동 요령을 상세히 적시하고 있다.

올 4월 보훈처가 산하기관에 보낸 3단계 대응 요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3월 국무회의에서 “장차관 등이 매일 아침 부처와 관련된 여러 가지 보도 및 정책사안에 대해 점검 토론을 거쳐 대응 방안을 결정하라”며 ‘일일상황점검회의 운영’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의원은 “전 부처에서 보훈처와 동일한 방식으로 언론 대응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재 요청 시 취재 동향을 파악하라=언론이 취재 요청을 하는 1단계에서는 취재 동향을 파악하도록 했다. △소속 언론사 및 부서명, 기자 성명, 전화번호를 사전에 기록한 뒤 취재에 응하고 △정책적 판단 등 중요 사항은 소속 부서장에게 보고하며 △취재도중 보도 및 방영 예정일, 취재 의도 및 목적을 확인하고 △퇴근 전 온라인 매체의 보도 내용을 수시로 검색하도록 했다. 또 각 과에서는 언론 취재 상황을 홍보담당관실에 즉시 통보하고, 중요한 사안은 장차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보도가 되기 전까지 취재 내용을 보고하라=취재 후 언론보도가 나가기 전 단계인 2단계에서는 취재 내용에 대한 보고가 중심이다. 취재 대상이 된 해당 실국은 취재 내용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실·국장, 홍보담당관은 취재 동향 분석, 보도 성향 파악, 대응 방법 협의 과정을 거쳐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장차관과 청와대 총리실에 보고하고, 언론사와 협의도 하도록 했다. 특히 홍보담당관실에서는 취재기자 및 출입기자와 협의해 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다. 기획 의도나 보도 수위를 사전에 파악해 대응 방안을 준비하겠다는 것.

▽보도가 나간 뒤에는 언론사에 대응하라=3단계인 언론 보도 이후 대응 단계에서는 보도 내용을 분석한 뒤 이를 근거로 언론사에 대응하도록 했다. 보훈처가 별도로 구성한 ‘일일 언론상황팀’은 보도 내용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한 뒤 담당부서와 청와대 총리실 등에 신속하게 이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또 실·국장과 홍보담당관은 대응 방안 검토 및 협의를 거쳐 대응 자료(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언론 보도 경위를 파악하도록 했다. 또 내용에 따라 정정 보도를 요구하거나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도록 했다.

▽일일 언론상황팀 운영=보훈처는 언론 보도 이후 대응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올 3월부터 정책홍보담당관을 팀장으로 하고 각국 5급 이상 공무원 4명 등으로 구성된 ‘일일 언론상황팀’을 운영하고 있다.

‘언론상황팀 운영 계획’에 따르면 이들은 매일 오전 7시까지 출근해 언론보도 기사 내용을 점검하고 분석한다. ‘문제 기사’에 대해서는 실·국장에게 보고한 뒤 홍보팀장과 협의해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오전 8시까지 청와대와 총리실 등 유관기관에 전화로 보고해야 한다. 출근을 하지 않는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재택근무로 같은 업무를 대신하도록 했다. 7월부터는 오전 7시 조기출근 대신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는 ‘전화대기’ 방식으로 바꿨다.

이계경 의원은 “홍보처만으로도 부족해 일반 공무원까지 언론 대응에 나서게 하는 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