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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당 ‘경선 동원’ 사실로 드러나

입력 | 2007-08-30 02:59:00


당 출입기자들까지 본인도 모르게 선거인단 등록

‘동원 선거인단’ ‘유령 등록’ 의혹이 제기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에 민주신당 출입기자까지 몰래 등록된 사실이 29일 확인됐다.

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회(국경위)는 28, 29일 이틀 동안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한 96만여 명에 대해 자동전화시스템(ACS)을 이용해 본인 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29일 오후 1시경 선거인단에 등록한 적이 없는 본보 기자에게 발신자 번호가 02-3780-8888로 찍힌 전수조사 전화가 걸려온 것. 이 번호는 국경위가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번호다.

본보 기자가 전화를 받자 전화기에서는 기계음성으로 녹음된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민주신당의 선거인단으로 접수되셨습니다. (선거인단 등록에) 참여하신 적이 없다면 1번, 참여하셨다면 전화를 끊으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기자가 잠시 머뭇거리며 시간을 지체하자 전화기에서는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온 뒤 저절로 끊어졌다. 이 기자는 본인도 모르게 민주신당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됐으며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본인이 직접 등록을 한 ‘진짜 선거인단’으로 둔갑했다.

인터넷 매체인 ‘프리존뉴스’의 정당 출입기자도 본보 기자와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 기자는 이날 오전 10시경 역시 발신자 번호 02-3780-8888인 전수조사 전화를 받았다.

정당 출입기자는 당에 출입기자 등록을 하면서 주민등록번호, 학력, 전화번호 등을 제출하는데 전화를 받은 본보 기자는 2005년 9월 열린우리당을 출입하면서 이 같은 인적사항을 등록했다.

유령 선거인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거주하는 김우식(38·한의사) 씨도 민주신당 선거인단 등록을 하지 않았는데 28일 오후 7시경 같은 전화를 받았다.

김 씨는 “전수조사 전화를 받고 29일 민주신당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더니 ‘명의를 도용당한 것 같은데 경찰에 고발하든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야기하든지, 가만히 있든지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며 황당해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수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 캠프에서는 “동원 선거인단, 유령 선거인단의 실체가 확인됐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이목희 국경위 집행위원장은 “각 주자가 예비경선과 관련해 신청한 선거인단에 대해 현재 실시 중인 본인 의사 확인작업을 마친 뒤 전수조사를 끝내기로 합의했다”며 “30일 오전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