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의 인질 전원 석방 합의에 따라 피랍자 19명 중 여성 10명과 남성 2명 등 모두 12명이 29일 오후 세 차례에 걸쳐 풀려났다. 탈레반은 나머지 7명을 30일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1차로 한지영(34·학원 영어강사), 이정란(33·간호사), 안혜진(31·웹디자이너) 씨 등 여성 3명이 풀려난 데 이어 남성 고세훈(27·대학 휴학생) 씨와 유정화(39·학원 영어강사), 이선영(37·건축디자인 회사 근무), 이지영(36·아프간 현지 봉사활동), 임현주(32·〃) 씨 등 여성 4명이 2차로 풀려났다.
저녁 무렵엔 인질 중 최고령자인 남성 유경식(55·신학대학원 재학) 씨와 차혜진(31·피아노학원 원장), 서명화(29·간호사), 이주연(27·〃) 씨 등 여성 3명이 3차로 풀려났다.
탈레반 측이 30일 약속대로 나머지 7명을 풀어 주면 이번 한국인 인질 사태는 피랍 42일 만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탈레반은 29일 인질들을 아프간 부족원로 하지 자히르 씨에게 넘겨줬고 자히르 씨는 이들을 아프간 적신월사 측에 안전하게 인계했다.
1차로 풀려난 여성들은 분홍색과 녹색이 섞인 히잡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 중 2명은 풀려난 직후 한국의 가족과 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송 도중 현지 통신사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와도 전화 통화를 하고 “우리는 매우 지쳐 있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풀려난 인질들은 아프간의 미군 지방재건팀(PRT) 사무실로 옮겨져 대기 중이던 한국군 동의부대 의료팀에 건강 검진을 받은 뒤 아프간 수도 카불 북부의 바그람 기지로 이송돼 귀국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피랍자들이 가능한 한 모두 함께 이른 시일 내에 귀국하도록 하겠다”며 “현재로서는 민항기를 이용해 돌아오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또 ‘한국 정부가 탈레반 측과 공식 접촉한 것은 국제적 반(反)테러 전선에서 이탈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원칙과 관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