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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前비서관과 친분 건설사주 공공기금 54억 특혜보증 의혹

입력 | 2007-08-30 02:59:00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소개로 정상곤 국세청 국장에게 1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부산의 건설업체 사주 김모(41) 씨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기 위해 정부 출연 공공기금의 보증을 받는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17일 허위 서류를 만들어 정부 출연 공공기금인 기술신용보증기금(기술신보)과 신용보증기금(신보)으로부터 보증을 받아낸 뒤 금융기관에서 60여억 원을 대출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사기)로 부산지검에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0년 4월에서 2003년 4월 사이 자신이 실소유주인 J건설과 H토건의 공사수주계약서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기술신보 부산 서면지점에서 41억2000만 원을 보증받았다. 또 1999년∼2003년 4월 신보 부산지점에서는 12억9300만 원의 보증을 받았다.

김 씨는 이렇게 받아 낸 보증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60여억 원을 불법 대출받아 개인 용도로 빼돌린 뒤 두 건설사를 폐업해 기술신보와 신보에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기술신보의 보증 심사는 까다로워 사업자 상담은 물론 사업자 등록, 법인 등기부 등본, 부동산 등기부 등본, 금융거래 명세서, 재무제표, 공사계약서 등을 빠짐없이 검증한다.

또 김 씨에게 보증을 해준 신보 관계자는 “H토건이 보증조건을 갖췄고 허위서류를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으나 부산의 업계 관계자들은 “보증을 받을 당시 관련단체에 신고한 H토건의 매출 등을 따져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고 전했다.

김 씨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6월 대출금의 일부를 갚은 뒤 구속적부심이 있기 전날인 지난달 26일 나머지 대출금 전액을 갚고 27일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액을 대부분 갚은 데다 피해자들이 김 씨가 계속 사업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보증금 3000만 원에 석방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김 씨는 부산 연산동 아파트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토지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38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어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횡령금액이 많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한편 정 국장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해 온 부산지검은 이날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사건이 이미 기소됐고 정 전 비서관이 돈을 받았다는 혐의가 없기 때문에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도 “부산지검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며 “기소해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수사는 종결된 것 아니냐”고 말해 수사 확대 의지가 없음을 비쳤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