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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용평가 빅3 ‘코리안 워’…S&P,내년 한국진출 검토

입력 | 2007-08-30 02:59:00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르면 내년에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S&P는 최근 상장사협의회에 “1982년부터 축적된 한국의 전체 상장사 재무정보를 사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S&P가 한국 신용평가시장 진출에 앞서 국내 기업의 재무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P 한국사무소 채정태 대표는 “기업 재무정보 수집은 본사에서 관리하는 상업용 전산망 자료를 업데이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한국 진출을 검토해 온 것은 사실이며 정부가 진입 규제를 낮추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무디스가 한국신용평가를 인수하고 피치가 올해 한국기업평가를 사들인 데 이어 S&P까지 들어오면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가 모두 한국 시장에서 경쟁하게 돼 국내 신용평가시장이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는 셈이다.

기존 평가회사들은 S&P의 등장을 잔뜩 경계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신용평가 서비스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S&P가 최근 한국신용정보에서 분리된 신용평가 부문을 인수하거나 독자 법인을 설립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정부는 평가법인 설립을 위한 전문 인력을 20명에서 1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며 “이런 내용의 신용평가업법이 시행되는 내년쯤 S&P가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P 진출이 가시화되자 기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수익성이 높은 대기업 업무에 인력을 증원하는 등 내부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부 업체는 평가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김선대 전무는 “S&P의 국내 시장 진입에 대비해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575억 원.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3개사가 전체 매출액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토종업체인 한국신용정보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외국계를 주로 찾게 되면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외국계의 진출이 국내 신용평가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도 있다.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회사채뿐 아니라 파생상품도 신용평가 대상이기 때문에 앞선 신용평가 기법이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자금 담당자들은 외국계 평가사의 국내 시장 진출을 대체로 반기고 있다.

수수료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평가등급에 대한 공신력이 높아져 외국에서도 국내 평가등급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인 B사 재무담당 부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신용평가 수수료가 비싸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S&P가 국내에 들어오면 평가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수수료가 싸질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해외채권 담당자는 “외국계 평가사들이 초기 점유율 확대 차원에서 해외에서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후하게 매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가산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싼값에 해외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