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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김상영]제주도민께 드리는 苦言

입력 | 2007-08-30 02:59:00


제주도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이 불쑥 충고를 해도 되는 것인지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 구상과 직결된 사안을 둘러싸고 제주도에서만 들끓고 있는 게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펜을 들었습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 건에 대해 말하려 합니다. 지난주 오랜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에는 온통 갈등과 반목뿐이었습니다.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유치를 신청했던 마을회장과 찬성파를 몰아내고 반대파가 장악했더군요.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 논란

양측 모두 수적 우세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725명이 참여한 주민투표에서 680명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해군기지 건설동의서에는 695명이 서명했으니까요. 부재자를 제외하면 1000명 정도가 투표인이라는데 양쪽을 합하면 1375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무얼 말하는 것일까요. 찬반 모두에 가담한 주민이 적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이런 상태에서 세 싸움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찾아오는 데 동의서를 써 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주장이나 ‘투표장 입구에 천막을 치고 반대 티셔츠를 입고 앉아 있는데 어떻게 찬성표를 찍겠느냐’는 공격은 합의점을 찾기에는 너무나 팽팽합니다.

서울로 돌아온 뒤 자료를 구해 꼼꼼히 읽었습니다. 토론이 지나쳐 욕설이 난무하는 제주도 내 인터넷 신문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멀리는 삼별초의 제주도 점령에서부터 가깝게는 4·3사건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독특한 정서를 이해하려는 내재적 접근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남쪽 해안 어딘가에 해군기지가 있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선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인정할 수 없다며 호시탐탐 이 해역을 노리는 중국이나 아직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일본과의 분쟁 가능성뿐만이 아닙니다. 제주도 남방 해역은 원유를 포함해 수출입물량의 99%가 통과하는 생명선입니다. 평화의 섬에 군사기지는 안 된다는 주장은 어떻습니까. 제주도의 평화는 이 나라 전체의 평화와 분리될 수 없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없다면 제주도만 평화를 누릴 수는 없습니다.

해군기지 때문에 군사적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지만 육해공군 기지는 전국에 수없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어도에 분쟁이 발생할 때 외교로 해결하면 된다는 주장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일 뿐입니다.

더구나 제주 해군기지를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와 비교하는 일부 지식층의 무책임성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주에 주둔할 우리 장병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키나와에 들어온 미군처럼 점령군이란 불순한 은유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19세기 일본 영토로 편입되기까지 별도의 왕국이었던 오키나와를 통해 탐라 시대의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것은 제주도가 대한민국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뜻입니까.

‘제주도의 백년대계’ 먼저 생각을

국가 차원에서뿐만이 아닙니다. 제주도민을 위해서도 해군기지 건설은 많은 경제 혜택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육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역사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을 믿지 못해 아직도 4·3사건 당시의 피해 증언을 거부하는 노인들이 생존해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역사의 굴레 속에 갇혀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지 못한다면 결국 제주도의 비극으로 되돌아올 뿐입니다. 아무쪼록 무엇이 진정 제주도의 백년대계를 위한 길인지 모든 주민들께서 깊이 숙고하시어 지금의 갈등과 반목을 슬기롭게 매듭지어 주시길 앙망합니다.

김상영 편집국 부국장 you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