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올 시즌 볼보이와 배트보이를 담당하고 있는 권용환 씨(왼쪽)와 정규희 씨. 김동욱 기자
프로야구 경기가 시작되면 세 종류의 사람들만이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 선수와 심판 그리고 볼보이(배트보이).
볼보이는 경기 중 1, 3루 담장 바로 앞에 앉아 선수들이 처리하지 않은 파울볼을 줍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기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올 시즌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LG 경기의 볼보이로 일하고 있는 정규희(28) 차승환(21) 정한규(27) 권용환(21) 씨.
그들의 하루 일과는 선수들보다 먼저 시작된다. 보통 오후 1시 반까지 출근해 훈련을 위한 피칭기계와 그물, 야구볼 등 훈련에 필요한 장비들을 그라운드에 배치해 놓고 훈련 중에는 기계를 작동시키거나 선수들의 뒤치다꺼리도 한다.
차 씨는 “선수들의 생생한 표정과 TV에서는 들리지 않는 말까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만의 매력”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4명이 서로 역할을 나눠 2명은 선수들의 방망이와 보호 장구를 더그아웃으로 옮기는 배트보이를 하고 나머지는 1, 3루에서 볼보이를 한다. 공수가 바뀔 때 어깨를 풀어 주기 위해 외야수들과 공을 주고받는 일도 볼보이가 해야 할 일.
정 씨는 “일 자체는 힘들지 않다. 하지만 경기가 크게 지고 있는 날에는 감독이나 선수들의 분위기를 살피는 일이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볼보이를 맡았던 차 씨는 “잠실에서 삼성이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 내가 우승한 것처럼 기뻤다. 그라운드에 있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를 제외한 프로야구 7개 구단은 용역업체를 통한 아르바이트생으로 볼보이를 고용하고 있다. 일당 2만 원에 훈련을 도와주면 1만 원을 추가로 준다.
한화는 연고지의 중고교 선수들을 볼보이로 고용해 장학금을 학교에 내고 있고, SK는 유일하게 ‘배트걸’을 고용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