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름이니까.' '차도 맛을 안다.' '명차들이 선택한다.'
국내 정유사들의 광고 문구들이다.
석유 품질을 놓고 정유사들이 치열한 광고경쟁을 벌이면서 운전자들은 어떤 회사의 제품을 넣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음식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연료는 자동차 엔진의 건강과 연료소비효율(연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품질은 비슷, 관리가 중요
국내 정유사는 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SK인천정유 등 5개에 이른다.
환경부가 6월 자동차 연료의 품질을 조사한 결과 이들 5개 사는 모두 별 5개 만점에 휘발유는 별 4개, 경유 별 5개를 획득했다. 사실상 기본적인 품질에는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석유화학 전문가들은 국내 정유제품의 품질이 세계적으로도 상급 수준이어서 정유회사에 따라 체감할 정도의 품질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석유제품은 관리상태에 따라 품질이 변하기 때문에 믿을만한 주유소에서 넣는 것이 좋다.
특히 휘발유는 신선도가 중요한데 오래 보관하면 품질이 떨어져 연소될 때 찌꺼기가 발생하기 쉽고 연비도 떨어진다. 차량들이 많이 찾는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자주 기름을 공급받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유사에서 공급되는 석유제품 자체는 불순물이 거의 없지만 주유소의 저장탱크에 쌓인 불순물이 섞여 차에 주유될 수 있다. 저장탱크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깨끗하게 잘 관리되는 주유소가 상대적으로 저장탱크도 잘 관리할 확률이 높다.
주유되는 기름의 상태를 고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험관 모양의 투명한 확인창이 달린 주유기를 설치한 주유소도 있다.
그 만큼 불순물은 엔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휘발유의 경제학
휘발유는 기온이 10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1% 늘어난다. 15도 때 휘발유의 부피가 100L라면 35도 때는 102L로 늘어난다.
휘발유의 가격은 15도 때 부피가 기준이어서 단순 계산으로 35도 때 100L를 주유하면 2L(약 3200원)만큼 손해를 본다.
저장탱크는 지하에 묻혀 있어서 외부기온만큼 온도변화가 심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기온이 30도를 넘는 여름철 한 낮에는 휘발유의 부피가 약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오전 일찍 주유를 하는 것이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득이다.
차를 보름 이상 장기주차 할 때는 휘발유를 조금만 채워두는 것이 좋다. 휘발유의 품질이 저하돼 엔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운행을 재개할 때 신선한 휘발유로 가득 채우면 된다.
연료탱크에 쌓이는 수분과 불순물은 연료라인과 엔진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5000km 정도마다 믿을만한 연료첨가제를 넣어주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한국화학연구원 신화학연구단 정근우 박사는 "국내 정유사의 제품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어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제품관리를 잘하는 주요소의 선택이 중요하다"며 "수분과 불순물을 없애주는 기능이 표시된 첨가제를 넣어주면 연비도 높이고 엔진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