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대한 복학생 A.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둔 대학 4학년생 B. 사회초년생 C. 과거 ‘한 패션’ 했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요새 건빵바지가 끌려. 바지에 손 넣고 담배 하나 물면 딱이야.”(A) “‘2 대 8’ 가르마로 바꿨어. ‘취업 지름길’ 패션이거든.”(B) “직장인에게는 ‘곤색(감색)’ 양복이 최고지.”(C)
저마다 ‘잘난 척’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패션 트렌드로 보면 영 감이 떨어지는 얘기들이다. 아무리 뛰어난 꽃미남도 ‘복학생’, ‘졸업반’ 등의 수식어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무얼까?》
대학생 독자 김현중(26·성균관대 기계공학과 4년) 씨 역시 군 입대 전만 해도 노란색, 빨간색으로 머리를 염색했고 꽃무늬 셔츠를 입는 등 패션에 민감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지금은 분기에 한 번 옷을 살 정도로 둔감해졌다. “학점, 취업 등 신경 쓸 일이 많아 패션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변명.
패션 사각지대에 놓인 20대 후반. 2007년 가을 당신은 ‘청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버섯머리 커트(옆머리와 뒷머리를 기계로 짧게 올려 친 헤어스타일)’에 만족하는 ‘아저씨’로 남을 것인가. 김 씨는 ‘청년’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헤어스타일
지저분한 모습에서 댄디스타일로
김 씨는 “면접 때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짧게 자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숱을 정리하지 않아 지저분하고, 옆머리가 짧아 긴 얼굴형이 더 두드러지는 것이 문제다.
김 씨는 댄디스타일에 도전했다. ‘공유 머리’라고 불리는 이 스타일은 최근 종영한 MBC 월화 미니시리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탤런트 공유가 보여 준 것이다. 이 스타일을 직접 연출한 아우라 미용실의 최은진 헤어디자이너는 “20대 후반은 여러모로 격식을 갖춰야 할 자리가 많다”며 “섀기 커트 같은 스타일리시한 연출법보다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댄디스타일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촬영: 박영대 기자
댄디스타일의 핵심은 바로 가르마 타기와 이마 보이기. 전체적으로 머리 길이가 길어서 무거워 보일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가르마를 타면서 이마를 드러내 답답함을 보완할 수 있다. 또 옆머리는 붙여 주고 윗머리와 앞머리에 웨이브를 주는 핏 웨이브 퍼머를 첨가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의상
심플함 가운데 세련미
김 씨 역시 ‘건빵바지+티셔츠’, ‘면바지+와이셔츠’ 등으로 대표되는 20대 후반 의상을 즐겨 입었다. 박스 스타일의 드레스 셔츠 하나만 입어 마른 체형이 더 드러났다. 또 면바지를 입고 정장 구두를 신어 전체적으로 의상이 어울리지 않는다.
강동원, 이동욱, ‘sg워너비’ 등 20대 남자 연예인들의 ‘슬림 룩’ 전문 스타일리스트인 남주희 씨는 “20대 후반 남성은 패션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과감하게 알록달록한 원색 계열 아이템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슷한 계열의 색을 가진 의상들로 심플하고 세련된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남 씨가 제안한 두 개의 의상 콘셉트 역시 댄디스타일. ‘검은색 재킷+라운드 티셔츠+데님팬츠’ 코디는 김 씨가 마른 체형이기에 가로 줄무늬 카디건 등을 겹쳐 입어 빈약함을 커버했다. 또 얼굴형이 긴 김 씨를 위해 V넥 셔츠 보다 라운드 티셔츠를 제안했다.
‘파란색 줄무늬 셔츠+넥타이+회색 카디건+검은색 정장바지’ 코디는 전체적으로 검은색 계열의 의상을 이용해 다소 격식을 차린 듯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표현했다. 회색 카디건은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지만 밝은 계열의 줄무늬 셔츠로 보완했다. 또 긴 얼굴형을 커버하기 위해 노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로 시선을 분산시켰다.
#액세서리
옷속에서 은은하게 빛나기
과감한 시도도 용납되는 10대, 중후함으로도 멋이 나는 중년과 달리 20대 후반은 어정쩡하다. 그래서 소품 하나에도 신중해야 한다. 자칫 튀는 액세서리 하나로 전체 스타일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씨는 “개성 강한 소품을 여러 개 사용하면 산만할 우려가 있다”며 “의상과 비슷한 느낌의 소품을 이용해 통일감을 주거나 무거운 느낌의 소품으로 무게를 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씨가 썼던 검은색 뿔테 안경은 고지식한 이미지가 넘친다. 남 씨는 흰 색과 검은색이 교차된 형태나 옅은 검은색 뿔테 안경으로 은은하게 튀는 스타일을 제안했다. 신발은 검은색 재킷 코디에는 빨간색 컨버스 운동화로 포인트를 주고, 회색 카디건 코디에는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스니커즈’로 캐주얼한 이미지를 나타냈다.
김 씨를 비롯한 20대 후반들에게 시급한 것은 가방 교체다. 책을 잔뜩 넣은 백 팩을 매거나 각이 진 ‘007’ 서류 가방을 대체할 소품은 적당한 크기의 갈색 토트백(손가방)이다. ‘빅 백’이 유행이지만 지나치면 소품에 의상이 묻힐 우려가 있다.
글=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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