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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龍의 기세로 스트레스를 차라…이소룡 절권도 배우기 붐

입력 | 2007-08-31 03:03:00


두 사람이 너무 붙어 선다고 생각하는 순간, 키 188cm에 몸무게 100kg의 거구가 갑자기 뒤로 튕겨져 나갔다. 보호대를 댄 가슴으로 날아든 작은 주먹 때문이었다. 얼굴엔 괴로운 기색이 역력했다. 키 작은 사내가 고작 7∼8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날린 주먹 때문에 덩치 큰 사내가 다섯 걸음이나 뒷걸음질치며 주저앉은 것이었다.

약육강식(弱肉强食). 문명사회와는 분명 거리가 있어 보이는 단어지만 가끔 머리 속을 채울 때가 있다. 약자가 살지 못하는 사회는 아니지만 강자가 되면 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칠 때다.

이럴 때 무예가 필요한 것일까. 회색빛 도시에서 독특한 무예로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스름해지는 저녁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성우스타우스 2층 ‘이소룡 절권도 한국 총본관’에 모이는 이들이다.

○ 거구를 한주먹으로 제압하는 기술 ‘경’

총본관의 크지 않은 도장(道場)을 찾았을 때 20여 명의 수련생들은 2명씩 짝을 지어 주먹으로 서로의 가슴을 밀어내듯 때리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다가 팔만 뻗었다. 상대는 그 주먹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김종학(39) 관장은 거구를 날린 그 기술을 ‘경(勁)’이라 불렀다. 자신의 체중을 실어 빠르게 공격하는 기술이다. 7∼8cm 떨어진 짧은 거리에서도 가능하다. 수련생들이 가장 깊은 인상을 받는 기술이자 제일 처음 배우는 기술의 하나다. 절권도는 전설적인 영화배우 이소룡이 창시했다. 군더더기 없는 실전 무예를 추구한다. 태권도처럼 품세가 있거나 세계연맹 등의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국내에서는 김 관장이 대만에서 절권도를 배워 14년 전부터 전파하고 있다.


촬영: 박영대 기자

○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무예

현대차 영업사원인 이용희(45) 씨는 절권도를 배우기 위해 주말이면 충북 청주에서 서울로 온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대의 기세에 눌려 내 주장을 접는 것이 싫었다. 내 주장을 제대로 펼치려면 이론적인 지식과 함께 육체적인 강인함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무예의 효용은 상대를 제압하는 데 있다. 무예가 실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못하면 자신이 당한다. 절권도는 상대의 주먹이 날아오면 피하지 않고 주먹이나 팔을 공격한다. 상대의 공격무기를 무력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제압 방법이기 때문. 단호하고 빠른 동작을 강조하는 절권도는 싸움이 커지는 것을 예방한다.

문명사회에서 싸움으로 상대를 제압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그때 무예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류장한(23) 씨는 친구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접촉사고가 났을 때 무예를 익힌 덕을 봤다. 상대방의 두 사내가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아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류 씨는 “큰소리를 질러대는 그 사람들이 나를 이길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에 여유롭게 원칙대로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집중하고 솔직해지는 생활태도로 확산”

절권도는 준비동작 없이 바로 대처하는 법을 중히 여긴다. 주먹을 휘두르기 위해 물러서지도 다가가지도 않는다. 상대가 공격할 의지를 보이면 선제공격으로 제압한다.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한다. 이런 태도는 생활로 확산된다.

인생의 작은 비밀을 만나기도 한다. 윤인선(26·여) 씨는 “무예를 닦으면서 서로에게 집중하고 솔직해야 두 사람 모두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마음을 열고 솔직해져야 실력이 느는 것은 무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수련자들은 ‘자신감’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5년째 수련 중인 표한용(24·회사원) 씨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자신이 그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누구에게든 내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고, 그만큼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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