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의 새 풍속도 ‘애완남 키우기’
“애완남과 같이 다니면 젊어지는 것 같아 좋아요. 일이 바쁘다 보니 피곤할 땐 안 만날 수도 있고…. 그러다 삐치면, 같이 쇼핑하며 뭐든 사주면 풀려요.”
6세 연하의 ‘애완남’을 ‘키웠다’는 이선영(33·가명) 씨. 이 씨는 “남동생 삼아 같이 놀러 다니면 꽃미남에 귀여운 스타일이라 남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며 “귀여운 꽃미남 스타일의 연하남을 사귀면 직장의 여직원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애완남 키우기’란 20대 후반∼30대 여성이 자신보다 어린 남성을 마치 ‘애완동물 키우듯’, ‘동생 돌보듯’ 보살피며 사귀는 관계를 말한다. 하지만 기존 연상연하 커플과 달리 ‘경제력 있는 연상의 커리어우먼-백수 연하남’이라는 전형적인 구도를 가진다. 또한 여성이 나이가 많아도 어느 정도 동등한 위치에서 연인 관계를 형성하던 연하연상 커플과 달리 철저히 여성 상위다.
이런 흐름을 재빨리 잡아낸 TV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케이블방송 코미디TV는 30대 직장인 여성과 연하의 백수 남자가 한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펫(pet)’을 방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애완남이 되겠다’는 남성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나이는 20세, 175cm에 첫인상은 착하고 성실하다고 한다”며 “집안일도 잘하니 키우실 분은 연락 달라”며 연락처까지 적어 놨다. ‘애완남’으로는 27일 종영된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하림(김동욱) 같은 스타일이 인기다. 애완남 키우기는 금전적 문제와 직결된다. 회사원 한정은(31) 씨는 “남녀간 갑을 관계가 경제력을 중심으로 형성된다”며 “예전에는 연하남 사귀는 것을 숨겼지만 지금은 연하남을 만난다는 것이 능력의 잣대가 됐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애완남 커플이 깨지는 경우는 대부분 애완남이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남자들이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여성들도 젊고 귀여운 남자와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과거에는 표현 못한 욕망이 금기가 없어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