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구도심과 신도심의 경계에 있는 탄방. 1980년대 중반 둔산신도심이 본격 개발되기 전 이곳은 군부대였다. 대전역에서 충남대까지 가는 1번 시내버스에는 늘 군인이 가득했다. ‘탄방(炭坊)’은 옛날 이곳에 참나무가 흔해 숯을 굽는 집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 탄방역은 보라매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하루 이용객은 6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주변에 정보통신, 메디컬, 미술 관련 건물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대전의 독특한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역, 자체가 문화공간=28일 찾아간 탄방역 구내는 말 그대로 예술공간이었다. 미술 학원들의 작품 전시회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탄방역 주변에는 천년의 미소, 그린섬, 그리핀, 창조의 아침, 이프, 토마토, 만화전문학원인 암행어사 등 10여 개의 미술학원이 몰려 있다.
이날도 한 학원의 전시회가 지하철 이용객의 발길을 잡고 있었다. 학원 관계자는 “탄방역이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시각예술의 공간’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한우리아파트에 사는 임두환(45) 씨는 “심심할 때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으면 항상 새로운 미술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며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은근히 맛있는 집들=탄방역에서 5분 거리인 로데오 타운 3층은 마치 음식 경연장 같다. 패밀리레스토랑 쿡스아일랜드를 비롯해 일본식 돈가스집 히비야, 이탈리안 스파게티전문점인 파스타리오, 일본식 우동과 초밥 전문점인 미소야, 만두와 초밥 전문점인 만초 등이 저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쿡스아일랜드는 전북과학대를 졸업한 뒤 호텔 주방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신승조(33) 씨가 ‘쿡스아일랜드’라는 브랜드와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최상급 국내산 돼지고기를 허브에 버무린 바비큐 스테이크, 고기를 부드럽게 갈아서 치즈로 덮은 치즈인 스테이크, 호주산 목심 센터컷만을 이용한 그릴드척롤 스테이크 등이 1만 원 안으로 해결된다.
탄방역 2번 출구 주변에는 삼호수산과 청해수산이라는 대형 중저가 일식집이 ‘명물’로 자리 잡고 있으며 5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풍전삼계탕도 가 볼 만하다.
개나리아파트 주변의 띠울 석갈비와 풍원(쇠고기 전문점), 놀부보쌈, 유가화로도 단골손님들로 북적인다.
한우리아파트 인근에 있는 여수수산의 대구탕은 점심 때 미리 주문해야 제시간에 먹을 수 있다.
▽정보통신과 메디컬의 메카=탄방역의 출근길은 젊은 여성으로 넘친다. SK텔레콤의 콜센터가 위치해 있기 때문. 한국전파진흥원과 LG파워콤도 주변에 입주해 있을 뿐 아니라 17층 규모의 KTF 건물도 1번 출구에 내년 5월 완공된다. 데이콤도 인근에 용지를 매입해 건물을 지을 예정.
이곳엔 병원도 밀집해 있다. 미즈여성병원과 한방조리원, 조이클리닉, 대전대한방병원이 자리 잡고 있다. 대전메디컬타워도 현재 공사 중. 이들 병원은 보라매공원을 중심으로 대전 최대의 메디컬센터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탄방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노동부 고용지원센터가 있다. 이곳 1층은 마치 커피숍처럼 꾸며져 있다. 해고와 산업재해, 임금 등을 둘러싼 각종 상담이 이뤄진다.
근로자들의 건강과 교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팩스와 스캔, 복사 서비스도 해 준다(국번 없이 1588-1919).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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