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인데 인색하기 그지없는 박 서방과 가난하게 살면서도 뭐든 남을 곧잘 주는 이 서방. 서로 다른 둘은 이웃이어서 더욱 비교된다. 그런데 저녁밥을 잘 먹고 자던 박 서방을 저승사자 둘이 데려갔다. 염라대왕 앞에 섰더니 “30년 뒤에 올 사람을 어쩌자고 지금 잡아왔느냐?”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박 서방이 도로 이승에 가려면 노자가 필요한 법. 저승에도 저마다 곳간이 있다기에 좋아라고 가봤는데 자기 곳간엔 달랑 짚 한 단뿐이다. 저승 곳간에선 이승에서 남에게 준 것이 그대로 쌓인단다!
우리 옛이야기가 가르쳐 주는 적선(積善)의 교훈이다. 옛이야기를 새로 써서 들려주는 것으로 잘 알려진 동화작가 서정오 씨가 가락이 있는 흥겨운 문장 속에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나눔의 미덕을 전달한다. 염라대왕, 저승사자 등 캐릭터의 다양한 표정, 색깔이 화려한 이승과 어두운 저승 등 색감 대비가 뛰어난 일러스트도 눈길을 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