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농구팀 사령탑을 6년여 동안 맡으면서 농구 지도자로 재기한 임달식 감독. 21일 신한은행 여자농구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다양한 컬러를 가진 팀으로 만들어 우승 행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곱상한 외모로 인기를 누렸던 고려대 재학 시절의 임달식. 동아일보 자료 사진
그의 애창곡은 송골매의 1980년대 히트곡인 ‘빗물’이다. 배철수의 애절한 보컬과 서정적인 가사 때문에 즐겨 부른다.
이젠 흐르는 빗물 속에 과거를 씻어버리고 진정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최근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신한은행 지휘봉을 잡은 임달식(43) 감독.
비가 오락가락하던 며칠 전 경기 안산시 신한은행 숙소에서 그를 만났다. 마침 이날 오전 임 감독은 선수들과 처음으로 단합대회를 했다. 경기 수원시 광교산으로 등산을 간 것.
“폭우를 만나 속옷까지 흠뻑 젖었어요. 선수들이 고생했어도 남는 게 있을 겁니다. 산을 타다 보면 오늘처럼 비도 맞고 어려움이 많죠. 이런 과정을 극복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죠. 농구도 마찬가지입니다.”
▲ 촬영 : 전영한 기자
임 감독 역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현역 시절 줄곧 엘리트 코스만 밟던 그는 실업팀 현대 시절에는 곱상한 외모로 큰 인기를 누리며 매일 50통 넘는 팬레터를 받기도 했다.
그는 귀공자 이미지와는 달리 ‘연습 벌레’로도 유명했다. 현대 시절 후배였던 임근배 모비스 코치는 “남들 다 쉴 때도 항상 개인훈련을 빼먹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이젠 떠올리기조차 싫은 1989년 농구대잔치 결승에서 기아 허재(현 KCC 감독)와 주먹다짐을 벌인 일로 1년 자격정지를 받은 뒤 방황 끝에 1993년 은퇴했다. 그 후 골프에 빠져 한국프로골프협회의 세미프로 자격증까지 땄다. 1997년부터는 3년 가까이 서울 강남에서 한정식집을 경영해 한 달에 3000만 원 넘게 벌기도 했으나 외환위기 때 빚더미에 올라 보증금 500만 원에 40만 원짜리 월세 집에 살아야 했다.
‘야인’으로 10년 넘게 지내던 그는 대학 은사였던 박한 대학농구연맹 회장의 권유로 2001년 조선대 감독에 부임했다. 당시 대학농구 2부 리그였던 조선대는 농구공이 3개밖에 없을 정도의 열악한 환경. 그래도 2005년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킨 데 이어 올 프로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선수 두 명을 프로에 입단시켰다.
대학 무대에서 보여준 이런 모습과 신선한 이미지는 신한은행 감독 공개 채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양한 경험이 자산이라는 임 감독은 “스타가 있어서 신한은행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신한은행이 있어 스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에 전주원 정선민 하은주 등 호화 멤버가 있긴 해도 조직력과 팀워크를 중시하겠다는 뜻.
그는 또 “다양한 컬러를 지닌 팀을 만들어 보겠다. 우선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수비가 기본이다. 모든 감독이 그렇듯 나 역시 우승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임달식은 누구:
△생년월일=1964년 11월 16일 △체격=184cm, 85kg △혈액형=A형 △가족관계=부인 김경란 씨와 딸 효정 △출신교=서울 공덕초-수도중-휘문고-고려대 △포지션=가드 △주요 경력=실업 현대 선수(1987∼1993년), 조선대 감독(2001∼2007년) △수상=1986년 MBC배 대학농구 최우수선수, 1990년 점보시리즈 베스트5, 2003년 농구대잔치 지도자상 △특기=골프(베스트 스코어 68타) △주량=소주 2병 △애창곡=송골매 ‘빗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