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지망생 가이드
《법조인이 되고 싶다면? 이젠 중고교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현재 중학 3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1년부터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수료한 뒤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판검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다. 현행 사법시험은 2013년을 끝으로 완전 폐지된다. 장차 법조인이 되려면 어느 대학의 어떤 학과를 가는 것이 좋을까?》
로스쿨은 법조인이 되기 위한 필수 관문. 2009년 3월 문을 여는 로스쿨은 △학부성적(GPA)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 △외국어 능력 △사회·봉사활동 실적 등으로 학생을 뽑는다. 입학시험에 법 지식을 묻는 과목은 없다.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로스쿨이 세워지는 데다 로스쿨법 23조에는 “법학에 관한 지식을 평가한 결과를 입학 전형자료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로스쿨 입시의 당락을 사실상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LEET는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의 3개 과목으로 구성된다. 로스쿨이 생기는 대학의 경우 학부 법학과가 없어지고 로스쿨이 없는 대학에만 법학과가 남게 된다.
결국 대학과 전공을 지혜롭게 선택한다면 로스쿨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가야 할까?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입법예고한 로스쿨법 시행령에 따르면, 로스쿨은 타 대학 졸업생을 3분의 1, 법학 비전공자를 3분의 1씩 뽑는 ‘학생선발 쿼터’를 지켜야 한다. 따라서 각 대학 로스쿨은 소속 대학 학부 졸업생을 최대 3분의 2까지 뽑을 수 있게 된다. 결국 로스쿨이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외교학, 철학, 심리학, 경제·경영학 전공자들이 로스쿨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 학과의 수업내용이 단순 암기보다는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이해 및 사고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LEET는 말 그대로 ‘적성시험’. 법학 지식 대신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LEET 출제 원칙으로 △분석적 사고 및 이해분석력 △논증적 사고 및 추론·논증력 △변증법적 사고 및 종합대안능력을 평가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국문학 전공은 어떨까? 물론 LEET에 ‘언어이해’ 과목이 있지만, 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문학적 지식이 아닐뿐더러 지문 자체도 비문학 분야에서 나오기 때문에 국문학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로스쿨 입시 전문학원을 준비 중인 김영한국대학편입사의 안중권 전략사업본부 팀장은 “만약 공과대학 학생이 철학 심리학 정치외교 경제·경영 등을 부전공한다면 로스쿨 입시에서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로스쿨 입학에 유리한 학과 외에도 △로스쿨 입학 후 변호사 자격시험 통과에 유리한 학과 △로스쿨 수료 후 특정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기에 유리한 학과를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로스쿨 입학 후 유리한 학과=단연 법학과다. 1학년 때부터 엄청난 학업 량을 소화해야 하는 로스쿨에선 법학지식을 미리 익힌 법학 전공자가 유리하다. 로스쿨 수료 후 치르는 변호사 자격시험에서 법학 전공자의 합격비율이 비전공자의 합격비율보다 높게 나타난다면, 대학 로스쿨들이 처음부터 법학 전공자를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
▽변호사 활동 시 유리한 학과=일단 변호사가 되었다면 법학 외 전문지식을 갖춘 변호사가 유리하다. 국제관계와 사회의 변화 바람을 타고 특정 분야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통상 및 무역 관련 학과(자유무역협정 추가 체결) △공학과(온라인 지식재산권 소송) △경영학과(기업 컨설팅 및 인수합병) 출신 등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 법조인이 되기 위한 출발점
지난해 공개된 LEET 예시문항 연구에 참여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창훈 연구위원은 “LEET가 논리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평가한다고 해서 논리학이나 철학 같은 단편적인 공부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시문부터 언어, 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을 아우르는 모든 학문 분야가 망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중고교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깊이 있게 읽으면서 과목을 넘나드는 통합적 사고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호문혁 서울대 법과대학 학장은 “중고교생이라면 인문학적 교양을 쌓아 두는 것이 로스쿨을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역사서나 사회과학서를 많이 읽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운,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 로스쿨에 적합한 인재”라고 설명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