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단순한 정보 중심 글 읽고 한 단락 써보기
#2단계 사회문제에 대한 찬반의견 두 단락 쓰기
#3단계 학문을 논증하는 글 세 단락 이상 쓰기
예나 지금이나 중고등학생들에게 글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요즘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이 예전보다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전국 국어교사모임의 김주환(43·서울 도봉고), 윤영선(38·서울 효문중), 최윤영(36·서울 창동중) 교사의 평가다.
세 명의 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생활 글(수필, 일기)>문학 글(시, 소설)>논술’의 순서로 글을 잘 쓴다고 평가했다. 왜 논술은 이토록 어려운 걸까.
이들은 “국어 시간에 실용문(비문학)을 안 보고 또 안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초중고교 국어교과서에는 문학 작품이 80%, 비문학 작품이 20% 정도 실려 있다. 비문학 작품도 설명문이 5, 6개라면 주장 성격의 글은 1, 2개에 지나지 않는다. 밥상으로 따지면 한 가지 반찬만 잔뜩 올린 ‘영양 불균형’ 식단이다. 이들은 “국어교과서가 ‘맛과 영양’을 잃었다”고 평가한다.
“우리 생활에 많이 쓰이는 건 오히려 실용문인 비문학인데 국어교과서가 너무 문학에만 치우쳐 있어요. 학생들 입장에선 문학작품만 배웠는데 고등학교에 가면 갑자기 논술을 쓰라고 하고, 대학에 가면 갑자기 리포트를 쓰라고 하죠.”(김주환 교사)
그나마 교과서에 들어 있는 주장성 글마저 너무 오래된 글이 많아 흥미를 떨어뜨린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가정교육의 어제와 오늘’이란 글을 보자. ‘젊은 부모들이 가정교육을 엄하게 하지 않아 문제’라며 요즘 부모들을 꾸짖는 내용이다. 부모들이 읽어야 할 글을 중학생 자녀가 읽는 셈.
사회 속 다양한 논쟁을 담은 주장성 글을 피하다 보니 이처럼 훈계하는 듯한 글만 남게 되었지만, 이런 비실용적인 글로는 ‘논리적 글쓰기’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진단이다.
“요즘 국어 교사들은 교과서 대신 ‘보조 자료’를 많이 써요. 교과서로 토론이나 글쓰기 연습을 하려고 하면 아이들이 지루해 하거든요. 이제 교과서로만은 안 돼요.”(윤영선 교사)
좋은 비문학 작품을 골라 수업 자료로 사용하던 이들이 급기야 ‘보조 자료’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국어 시간에 논리 읽기 1∼3’(나라말)은 김주환, 윤영선, 최윤영, 박철남(서울 상경중) 등 4명의 교사가 3년간 모은 주제별 비문학 작품과 글쓰기 연습문제를 엮은 책.
중1∼고1을 대상으로 한 이 책은 국어 시간에 할 수 있는 ‘논리적 글쓰기’ 훈련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단계가 오를수록 길고 어려운 글을 읽고 쓴다.
▽1단계=‘왜 얼굴에는 털이 없을까’,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 ‘보신탕과 인류경제학’처럼 일상생활과 관련된 짧고 단순한 정보 중심의 글(3, 4쪽 이내)을 읽고 글의 주장과 근거를 요약한 다음 글의 내용을 재구성해 자신의 생각을 한 단락으로 써 본다.
▽2단계=‘고령화 사회는 축복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한국인’, ‘명품을 둘러싼 중산층과 상류층의 숨바꼭질’처럼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룬 주장 글(5∼8쪽 이내)을 읽고 글의 주장과 그 근거를 요약한 다음 찬반의견을 펼치거나 해결책을 찾는 글을 두 단락 이상 쓴다.
▽3단계=‘치료용 인간복제,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자유와 평등은 양과 음이다’, ‘우리는 모두 단군의 자손인가’처럼 학문적인 주제를 다룬 주장 글(8∼10쪽 이내)을 읽고 요약한 후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는 글을 세 단락 이상 쓴다.
설명문, 주장 글 같은 비문학 텍스트는 최근에 나온 책이나 ‘고교 독서평설’, ‘녹색 평론’ 같은 월간지 또는 계간지에서 인용했다. 학교 도서관 사서 교사의 도움을 받거나, 지역 도서관의 도서 분류, 여러 독서·논술 단체가 제시하는 도서 권장목록 등을 참고하면된다.
이들이 고른 비문학 텍스트에는 흔히 논술수업에서 활용하는 어려운 고전이 제외된 것이 특징. 세 교사는 그 이유에 대해 “고전 작품은 걷지도 못하는 어린애한테 뛰라고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논리적 글쓰기 훈련을 하기 전에 먼저 논리적 사고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독서→토론→논술’의 순서를 꼭 지킨다. 예를 들어 어떤 시를 읽었을 때 학생들이 ‘슬프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면(독서),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시어나 화자의 심정, 분위기 등의 텍스트를 들어 객관적으로 설명한 뒤(토론), 반대로 비평적인 시각을 갖고 그 시를 평가하는 글을 써보게(논술) 하는 것이다.
“교사는 항상 학생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해요. ‘왜’라는 질문을 자주 받다 보면 학생들은 ‘생각과 근거’ ‘원인과 결과’를 짝을 지어 말하는 습관을 들이게 됩니다.”(최윤영 교사)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