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성장엔진 찾아 M&A-해외진출 등 미래 전략 구체화
10년 후에 뭘 먹고 살 것인가.
요즘 은행권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금은 곳간에 곡식이 가득하지만
10년 후에는 곳간이 텅 빌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 부행장은 “은행권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가뜩이나 증권사로 자금이 빠져 나가는 마당에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게 분명해 향후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지 못하는 회사는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10년 후 양식’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성장동력의 새로운 엔진이 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합병(M&A)하기 위해 나서거나 해외진출, 투자은행(IB) 사업 강화 등을 통해 미래경영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은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고객 돈으로 편하게 앉아서 ‘돈놀이’하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 몸집 불리기 경쟁
은행권이 금융회사 간 장벽을 허무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몸집 불리기’다.
일단 덩치가 커져야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M&A 등 외형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는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환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자산규모가 73조4000억 원으로 가장 적지만 올해 2분기(4∼6월) 순이익이 2772억 원으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앞서는 등 내실 있는 영업을 하는 데다 해외 네트워킹 능력이 뛰어나 아주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국책은행으로 향후 민영화가 예상되는 기업은행의 적극적인 행보도 주목된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최근 “2011년까지 자산 220조 원, 시가총액 20조 원(6월 말 현재 119조 원, 시가총액 8조 원)으로 외형을 키우고, 투자은행 업무 능력을 갖춘 기업금융전문 종합금융회사가 되기 위해 증권사도 인수하겠다”고 선언하며 금융권 무한경쟁에 뛰어들었다.
강 행장의 자신감은 기업은행이 올 상반기(1∼6월) 순이익 5785억 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4위권으로 도약한데 따른 것이다.
○ 수익기반 다변화가 열쇠
은행권의 미래경영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게 IB 역량 강화와 해외진출이다.
이는 수익기반 다변화와 직결된 것으로 증권사와의 경쟁 등 외부환경 변화로 수입원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는 은행권으로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은행권에서 IB 부문 선두주자로 꼽히는 우리은행은 현재 3개 팀(투자금융팀, 프로젝트금융팀, 유동화금융팀) 12개 파트에 13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IB본부와 홍콩우리투자은행을 중심으로 IB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약 17만 개의 중소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상장, 회사채 발행 등 중소기업 IB 업무에 특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아직 IB 영업이 걸음마 단계인 한국 실정에서는 당장 골드만삭스의 출범을 기대하기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직접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버만삭스’라도 키워야 한다”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은행들은 또 국내 시장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진출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해외 네트워크를 늘리고 해외자산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동·서남 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등 세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KB 트라이앵글 네트워크’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6월 중앙아시아의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7월에는 중국 광저우(廣州) 지점을 열었다. 올 하반기에는 베트남과 우크라이나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9개국 18개 해외영업망을 갖고 있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약 1억 달러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은 중국, 캄보디아, 캐나다 등에 추가 진출해 해외사업 비중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중국 상하이(上海)와 선양(瀋陽)에 지점을 내는 등 중국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