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자 이야기]山不辭土石,故能成其高

입력 | 2007-09-03 03:01:00


辭(사)는 사양하다, 거절하다의 뜻이다. 辭讓(사양)은 겸손하게 양보하는 일이고 辭絶(사절)은 사양하여 받지 않는 일이다. 固辭(고사)는 단단히 하는 거절이다. 물러난다는 의미도 있다. 辭表(사표)는 자리에서 辭退(사퇴)함을 알리는 문서다. 말이란 뜻도 있어서 言辭(언사)나 辭說(사설)처럼 쓰인다.

土石(토석)은 흙과 돌이다. 故(고)는 접속사로 ‘그래서’나 ‘그러므로’로 옮길 수 있다. 能(능)은 ‘할 수 있다’나 ‘해도 된다’는 가능이나 허락을 나타낸다. 成(성)은 이루다의 의미로 成就(성취)하다, 完成(완성)하다처럼 쓰인다. 其(기)는 지시대명사로 ‘그’와 같다. 高(고)는 ‘높다’나 ‘높이’가 된다.

산은 흙이나 바위를 자신의 영역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높이를 이룰 수 있다. 산이 높다면 바다는 넓다. 바다는 흘러드는 물길을 마다하지 않아서 그렇게 넓을 수 있다.

海不辭水, 故能成其大(해불사수, 고능성기대)는 앞의 구절과 짝이 된다. 산이 우뚝 높이 서고 바다가 그렇게 廣闊(광활)할 수 있는 이유는 하잘 것 없어 보이는 토석이나 작은 물길도 마다하지 않고 모두 수용해서이다.

사람의 경우도 이치는 같다. 열린 가슴과 넓은 度量(도량)으로 여러 인물을 수용하고 다양한 의견과 능력을 받아들인다면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다. 어찌 개인만이 그렇겠는가? 어떤 조직이나 사회, 또는 국가도 모두 그와 같다. 중국 춘추시대 명재상 管仲(관중)의 이름을 빌려 쓴 ‘管子(관자)’에 보이는 말이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