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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구 - 다세대 경매시장서 잘나간다”

입력 | 2007-09-03 03:01:00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서울서부지법 경매법정. 경매정보지를 손에 쥔 사람들로 북적이는 법정 안팎에는 아이를 들쳐 업은 30대 초반의 주부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녀까지 다양했다.

“합정동 다가구 가봤어요? 거긴 (도시계획상) 수용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데….” “오늘은 남가좌동 건만 잘 보면 될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경매 전략을 짜느라 은밀한 대화가 오가고 있고, 은행 영업 사원들은 경락잔금을 대출받으라는 명함을 돌리느라 분주했다.

이날 경매에 참여한 직장인 김창현(34) 씨는 “재건축 예정지의 다가구 주택을 찾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상당수가 이렇게 매일 경매법정에 나와서 현장 실습 중이다”고 말했다.



○ 다가구 다세대 낙찰가율 꾸준히 상승

최근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경매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올해 3월 101.49%를 정점으로 최근 4개월째 90% 안팎에 머물러 있는 반면 다가구 다세대 주택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상승해 올해 8월 15일 기준으로 110.39%를 기록했다. 이는 이 회사가 경매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수목아이엠하우스 101호. 감정가 1억3500만 원, 76.6㎡(23평형) 규모의 다가구 주택이었는데 45명이 경쟁을 벌인 끝에 감정가의 157.61%인 2억1277만 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32.64㎡(9평형) 지하층 다세대는 감정가(3500만 원)보다 배 이상 높은 7838만 원에 낙찰됐다. 또 7월 2일에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최초 감정가 6400만 원의 43.96㎡(13평형) 규모 다세대 주택이 106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감정가격의 3.5배인 2억2370만 원에 낙찰됐다. 이날 입찰 경쟁률은 2001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AID아파트(148 대 1) 이후 서울에서는 두 번째로 높다.

○ 소유자가 살고 있는지 확인을

최근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다가구 다세대 주택의 인기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경전철 개발 등의 호재(好材)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이사는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고액 투자자들을 대신해 내 집 마련이 목표인 소액 투자자들이 대거 들어온 상황” 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천 지역은 2, 3년 전만 해도 다가구 다세대 주택 낙찰가율이 50%대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 2개월 연속 120%대의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인천 지역의 구도심 대부분이 재개발 또는 재건축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초기 투자금이 적고, 대출규제(DTI)가 덜한 점도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인기가 높은 이유다. 또 경매로 취득할 경우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 이사는 “급하게 서두르거나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높은 가격을 써내거나 명도(집 비우기)가 어려운 물건을 낙찰 받을 수 있다”며 “우선 2회 이상 유찰됐거나 소유자가 직접 살고 있는 물건부터 탐색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