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배당 따먹기 - 브랜드 사용료 의존 이제 그만”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올해 6월 한국석유공사 등과 함께 해외유전개발사업인 ‘예멘 육상 39광구 탐사’에 약 65억 원을 투자했다. 비록 지분 투자 형식이지만 직원 22명인 GS홀딩스가 2005년 3월부터 투자한 해외 광구는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총 6곳에 이른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지주회사가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을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GS 측은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 동력과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회사의 배당이나 브랜드 사용료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브랜드 가치 유지 및 자회사 지분 관리에 신경 썼던 지주회사들이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까지 지주회사의 수익원은 주로 자회사의 배당과 브랜드 로열티 등이었다. 지난해 LG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영업수익(매출) 5255억 원 중 자회사 배당과 지분법 평가이익이 3516억 원, 브랜드 사용료가 1393억 원으로 전체의 93.4%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는 지주회사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브랜드 로열티뿐 아니라 경영 자문에 응하는 데 따른 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자회사의 경영 자문에 응하는 것이 이제 법인 간의 ‘거래’가 된 만큼 대가를 받는 게 맞다”고 말했다.
GS홀딩스는 올해부터 자회사로부터 매출의 0.1%를 브랜드 로열티로 받는 데 이어 품질이 입증된 업체에 브랜드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주회사들은 자회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 영역에 진출하기도 한다.
㈜LG는 2004년 7월 액정표시장치(LCD)의 핵심 부품(드라이브 구동 칩)을 생산하는 자회사 ‘루셈’을 일본의 ‘오키전기’와 합작으로 세웠다. ㈜LG 측은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들이 진출하는 신규 사업은 수익을 확보하면서 그룹 전체의 성장 동력을 키우는 ‘인큐베이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SK㈜의 전 직원 180여 명 가운데 120여 명은 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여기는 ‘라이프 사이언스(생명과학)’ 부문을 맡고 있다.
대웅제약의 지주회사인 ㈜대웅은 전문 의약품 회사인 대웅제약과는 별도로 향후 성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건강 기능성 식품, 기능성 화장품 등과 일반 의약품 사업을 결합한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주회사들의 이러한 시도는 지주회사 체제가 어느 정도 정비됨에 따라 ‘단순 관리자’에서 그룹 전체의 성장 동력을 찾고 M&A를 주도하는 ‘전략적 관리자’로 발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들이 자회사의 적정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적극적인 M&A에 나서야 했지만 지금까지는 자금 여력이 없어 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지주회사의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박 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