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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우리동네 작은 외국]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입력 | 2007-09-03 03:01:00

인천 차이나타운에서는 매년 10월 중순에 자장면축제 등이 포함된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가 펼쳐진다. 이 기간을 전후해 중구가 운영하는 한중문화관에서는 변검, 기예단 공연이 열리며 각종 전시행사도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축제 기간 중의 거리 풍경. 사진 제공 인천 중구


《“자장면의 ‘원조’로 알려진 공화춘이 ‘자장면 박물관’으로 새로 단장됩니다. 중국 전통공원, 중국어 마을까지 조성되면 인천 차이나타운은 새롭게 태어날 겁니다.” 공화춘 주방장 출신인 아버지에게서 가업을 이어 받은 화교(華僑) 손덕준(51·인천 차이나타운연합회장) 씨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성장한 사업가다. 손대는 음식점마다 유명해져 차이나타운 안에만 중국 음식점 3곳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화교촌인 인천 중구 선린·북성·항동 일대의 차이나타운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60만∼70만 명에 이른다. 》

변검 - 마술쇼 보고 ‘원조 자장면’ 맛보고

2시간 걸으며 역사공부… 年 70만명 북적

○ 지붕 없는 박물관 인천 차이나타운

이곳의 골목 입구 3곳에 버티고 서 있는 중국 전통 대문 ‘파이러우(牌樓)’ 안쪽으로는 황금색과 붉은색의 휘장, 중국풍 가로등이 늘어서 있다.

자유공원 쪽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요리점 20여 개와 ‘공갈빵’(속이 비어 있는 중국식 빵의 한국 이름) 집, 공자(孔子)상, 화교학교, 삼국지 벽화를 볼 수 있다.

1882년 임오군란 직후 청나라 상인이 인천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개화기 역사를 간직한 이국적 건물이 이 안에 몰려 있다.

경인전철의 종점인 인천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제1 파이러우가 서 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이곳부터 시작해 공화춘, 구한말 외교사절들의 사교장이던 제물포구락부(중구문화원), 화교 중산학교, 내동 성공회성당, 일본 58은행 등 100년이 넘은 건축물을 걸어서 구경할 수 있다.

인천시에 소속된 ‘문화관광 해설사’ 30명이 예약한 단체 관광객들에게 구한말 역사와 문화재를 설명하면서 2시간 코스의 도보여행을 이끈다. 1일에도 인천 대건중 학생 36명 등 3개 팀이 이 여행에 참가했다.

해설사 송덕순(52·여) 씨는 “월, 일요일을 빼고 주 5일간 진행되는 도보여행에 참가하면 실감나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 속내 드러내지 않는 ‘만만디(慢慢的)’ 화교들

차이나타운 내 중저가 상품을 파는 거리 중간에 있는 ‘의선당(義善堂)’. 100여 년 전에 정남향으로 지은 중국의 사당 겸 사찰이다.

중국인들이 재물의 신으로 섬기는 칼을 든 관우, 아픈 사람을 고쳐 주는 약사신, 옥황상제, 부처, 해신, 신선 등 10여 개의 목각 신상이 나란히 모셔져 있다.

화교들이 평상시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고, 중국 명절인 춘제(春節), 충양제(重陽節·연축제), 중추제(中秋節) 때에는 작은 축제를 벌인다.

주지 스님 대신 화교 3세인 마나오(瑪瑙·42) 씨가 옥 기념품과 예술품을 팔며 절 안내를 하고 있다. 마 씨는 “인천 차이나타운 화교들은 중국 본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쁨이나 슬픔이 있어도 얼굴에 드러나게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01년 개교한 중산학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라 방문객을 반기지는 않는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과정이 있으며 500여 명의 학생이 대만식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이 학교 교장은 “중국이나 다른 외국에서 인정해 주는 중산학교의 교과 과정을 한국 교육 당국은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중산학교에 들어오려는 한국인 학생이 줄을 선다”고 말했다.

○ 살아 있는 중국 문화

제2 파이러우 옆에는 중국 예술단 공연 등이 펼쳐지는 ‘한중문화관’이 있다.

9, 10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가면을 바꿔 쓰는 중국 전통 기예인 ‘변검’과 마술쇼 등이 무료로 열린다. 이달 21일부터 11월 20일까지는 중국 고대에서 청대에 이르는 유물 2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중국 희귀 소장품 특별전’도 마련돼 있다.

인천 시민의 날인 10월 15일을 전후해 차이나타운에서는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가 매년 이어진다. 축제 기간 중 ‘자장면 축제’ 등이 곳곳에서 열려 저렴한 가격에 중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관광특구,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된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조만간 ‘중국어 마을’이 조성되고, 중국 전통공원과 자장면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