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C 예산 감소 → 물류비 증가
‘교통대란(大亂)’과 ‘교통지옥(地獄)’.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설과 추석 등 명절이면 어김없이 신문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던 말이다.
귀성객은 넘치는데 도로와 철도가 부족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부족해 국민이 겪어야 했던 불편이었다.
최근 이 같은 현상이 조금이나마 완화된 것은 정부가 1994년부터 SOC 예산을 특별회계로 책정해 꾸준히 투자를 해 온 덕분이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SOC 예산은 명목상으로 소폭 증가에 그치고 더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소하는 추세여서 앞으로 5∼10년 뒤 교통난 심화와 함께 물류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OC 예산이 감소하는 사이 수송과 보관, 하역 포장 등 물류활동에 사용된 총경비인 국가물류비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2004년 기준 국가물류비는 92조459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에 이른다.
국가물류비는 2000년 77조1190억 원에서 해마다 늘고 있다.
국가별로 물류비 계산 방법이 달라 일괄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 및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의 GDP 대비 국가물류비는 1.5배 높은 수준이라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견해다.
SOC 시설 부족으로 교통혼잡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2004년 전국의 교통혼잡비는 23조1160억 원으로 GDP 대비 2.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부고속도로(417.4km)를 매년 2.5개, 인천국제공항 2.9개, 행정중심복합도시 2.7개를 건설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재민 책임연구원은 “SOC 예산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물류비나 혼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SOC 수요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을 선택해 집중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