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워싱턴 근교에 있는 하이엇리젠시호텔에서 한미 과학기술자 학술대회(UKC 2007)가 열렸다. 한미 과학자 700여 명이 모였다.
최신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4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등 한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과학기술자가 교류하고 협력하는 자리였다. 특히 젊은 한인 2세가 많이 참석하고 세션에 따라서 외국인이 많이 참석하여 대부분의 발표를 영어로 진행했다.
첫날에는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주재로 울트라(Ultra)프로젝트 세션을 마련하여 한국의 과학기술 중장기 계획을 설명하는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동향과 전망에 대해 매우 유용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에 참석하면서 기억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저절로 생각나는 일이 2년 전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에서 열렸던 UKC 2005 행사였다. 당시 황우석 교수가 기조강연을 했는데 큰 강당이 꽉 차서 옆방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고 보도록 했다. 그 방마저 꽉 차 일부 청중은 돌아가야만 했다.
재미 과기협 멤버 줄잇는 모국행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은 자부심으로 들떠 있었고 노벨상 수상자 탄생마저 기대했는데 얼마 안 가서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는 동포 과학자들이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포스텍(포항공대)에 설립된 국가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소속의 젊은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논문의 오류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런 쓰라림을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계의 반성의 소리가 높아진 것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데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UKC 즉, US-Korea Conference는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ST) 및 한미과학협력센터(KUSCO)가 공동으로 매년 개최하는 학술회의다. 해가 갈수록 참가자가 증가할 뿐 아니라 논문의 질도 좋아진다는 평가다.
KSEA는 1971년 12월 11일에 워싱턴에서 창설됐다. 초창기에는 박정희 정권의 어용단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아 회원 모집에 매우 힘이 들었다.
초대 회장에는 우리나라 화학계의 거성인 김순경 교수가 추대됐다. 초대 간사장에 김호길 박사, 재무간사에 이정묵 박사, 총무간사에 필자가 지명되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KSEA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매우 크다. 특히 포스텍은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기관이 아닌가 한다. 위에 언급한 3명의 간사가 포스텍 초창기에 각각 학장(후에 총장으로 됨), 부학장, 컴퓨터공학과 주임교수로 부임했다.
그 후에도 역대 회장 혹은 임원 여러 명이 중진 교수로 부임했다. 정식 교수가 아니라도 포스텍에서 한 학기 혹은 두 학기 정도 강의하거나 연구를 수행한 역대 회장도 많았다.
포스텍 외에도 KSEA 멤버들이 한국의 교육계 산업계 연구계로 진출한 케이스는 부지기수다. 얼마 전 서울대 공대에서 원하는 교수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는 신문 보도가 나오자 교수 사회에도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이것은 너무 비약이라고 본다.
아직도 우수한 과학기술자 중에서 모국의 대학으로 오려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들었다. KSEA가 교수 유치에 일조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국 과학기술 발전 기여 큰 기대
내년 4월 개교 예정인 평양과학기술대에도 가겠다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우수 과학기술자가 여러 명 있다. 올해 UKC 2007의 한 세션에서도 평양과기대를 소개하고 남북 과학기술 교류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에 있는 과학기술자의 유대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상부상조하여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
박찬모 전 포스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