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독일 자동차경주대회 ATS F3 ADAC트럭그랑프리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최명길. 동아일보 자료 사진
네덜란드 아선 자동차 경주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선 한국계 네덜란드인 레카르도 브라윈스 최(최명길·22)의 검은 눈동자는 태극기에 오래 머물렀다. 생후 4개월에 네덜란드로 입양된 최명길은 먼 이국땅에서 자신이 한국인임을 외치고 있었다.
최명길이 자동차경주 포뮬러3(F3)대회에서 우승했다. 최명길은 2일 ATS F3 그랑프리 레이스 14라운드에서 25분 22초 461로 1위를 차지했다.
7월 독일 대회에 이어 2승째. 승점 81점을 기록하며 시즌 공동 3위에 올랐다.
F3는 경주용 자동차를 이용한 경기를 일컫는 포뮬러 경주의 하나로 F1에 비해서는 배기량이 떨어진다.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 바로 아래인 트리플A인 셈이다.
최명길은 지난 우승 당시 무궁화를 상징하는 분홍색 경주차에 한국 위인들의 이름을 빼곡히 적어 넣어 한국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번에는 뒷날개에 ‘KOREA PRIDE’를 새로 새겨 넣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는 ‘한국 국적으로 바꿔 달라’고 부탁해 승낙을 받아냈다. 한때 자신을 버린 한국이 이제는 ‘마음속의 조국’이 된 것이다.
최명길은 경기 후 에이전트를 통해 “우승을 해서 유명해지면 친어머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원해 주시는 한국 국민에게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최명길은 지난해 12월 방한해 친어머니를 수소문했지만 현실의 한계만 절감했을 뿐이었다. 이제 우승을 2회 거머쥐어 ‘유명해진’ 최명길은 3일 다시 한국을 찾아 친어머니 찾기에 다시 나선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