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형제 소유 3개사 ‘계열사’ 형태로
업계 “투자자에게 비리 숨기려는 수법”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아파트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건설사를 포함해 김상진 씨와 김 씨의 형이 실소유주로 있는 3개 건설사가 지난달 중순 설립한 지 2년도 안 돼 회사명을 갑자기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계에서는 김 씨 형제가 회사명을 한꺼번에 변경한 것은 탈세 등 대형 비리 연루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사명 세탁’을 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명 세탁 의혹?=본보가 김 씨 형제 소유 건설사들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김 씨 형제가 실소유주인 I, S, H개발은 지난달 10일 ㈜U, U인터내셔널, U파크로 회사명 변경 신청을 했다. 공교롭게도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사표를 내 수리된 날이다. 변경 신청은 같은 달 16일 승인됐다.
3개 회사의 설립연도는 2005년 12월∼올 5월로, 사별로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1년 9개월 정도 운영해 왔다.
이 중 수백억 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된 I사는 다음 달로 예정된 P사와의 연산8동 재개발의 도급계약 시기가 다가오자 대외 신인도 차원에서 사명을 변경한 것으로 건설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H개발도 지난해 이미 부도난 또 다른 H개발로부터 부산 금정구 부곡동 A타워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탈세한 사실이 적발되자 서둘러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다.
한 아파트 시행사 관계자는 “대표이사나 실소유주가 사기나 횡령으로 연루돼 사법 처리를 받으면 법인은 놔두고 회사명만 바꾸는 방법이 등장한다”며 “회사명을 바꾸고 잠시 대표이사직도 물러난 뒤 잊을 만하면 복귀하는 꼼수”라고 말했다.
소형 건설업체 간부는 “향후 협력사나 투자자를 속이고 새 회사명으로 사업을 하기 위한 고전적 수법”이라며 “이름이 전혀 다른 3개사가 한날한시 계열사 형태로 바뀌었다면 회사명 세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형의 역할은?=김 씨의 형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알고 지내던 정 전 비서관을 동생에게 소개시켜 줬고 그 시기는 2002년쯤”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형과 정 전 비서관은 1998년경 회원이 70여 명인 부산지역의 한 청년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30대가 주축인 이 모임에 정 전 비서관은 6, 7년 전부터 나오지 않았고 김 씨의 형은 탈퇴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활동이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되면서 김 씨의 형이 단순 소개 역할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연산8동 재개발 사업의 하청업자는 “여권인지 야권인지는 모르겠지만 김 씨의 형이 정치권 인사와도 두루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자는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면 김 씨의 형도 함께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씨의 형은 2005년 김 씨 소유 I사의 이사로 재직했고, 지난해부터 진행된 이 사업의 철거공사에도 일정 부분 참여했다. 김 씨 형제의 회사 사무실도 부산 부곡동의 같은 건물에 있다.
이에 대해 김 씨의 형은 “A타워 재산권 문제를 둘러싸고 동생과 1월경 심하게 다툰 뒤 전화 연락도 안 할 정도로 사이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