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까지 깎아 놓고….’ 부산 기장군 장안지구와 경남 양산시를 잇는 국도 공사가 중단돼 있다. 2002년 시작된 공사는 올 11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공정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부산=정세진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지구와 경남 양산시를 잇는 국도 공사 현장. 중장비가 뿜어내는 소리로 시끄러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적막감이 감돌았다. 누런 흙길 위에 굴착기 등 중장비 2대만 서 있었고 현장 인력도 철수한 상태였다. 양산∼장안 구간 중 2002년 시작된 A공구 공사는 계획대로라면 올해 11월 완공될 예정이지만 현재 공정은 50%에도 못 미친다. 예산이 매년 깎여 전체 공사비의 절반만 받았기 때문. 지금은 개통 시점을 예측하기도 어려워졌다. 》
전북 지역의 한 국도(國道) 공사 현장 상황도 비슷하다. 전체 공사비 규모가 1200억 원에 이르지만 공사를 발주한 정부기관으로부터 제대로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해 시공회사가 2005년부터 3년 연속 매년 20억여 원의 자체 자금으로 ‘외상 공사’를 진행 중이다.
도로와 철도 등 ‘국토의 혈관’으로 불리는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가 예산 부족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공무원 조직 확대 등 불요불급한 예산은 대폭 늘리면서도 SOC 관련 예산 비중은 갈수록 줄여 공사 발주처가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물류비와 교통혼잡비 등이 늘면서 앞으로 국가경쟁력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기획예산처와 국회예산정책처,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후 예산이 편성된 2004∼2007년 4년간 연평균 SOC 예산 증가율은 0.25%에 그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소세를 보였다.
연평균 SOC 예산 증가율은 1994∼2000년 19.1%에서 2001∼2003년에는 8.3%로 낮아진 데 이어 특히 최근 몇 년간 급감했다.
건설협회가 7월에 전국 409개 SOC 공사 현장의 실태를 조사해 지난달 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194개 현장이 예산 부족으로 인력을 줄이거나 외상 공사를 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SOC 수준이 선진국이나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인 상태에서 SOC 사업 차질은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국민경제적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05년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이 교통 인프라 부문의 경쟁력 순위를 매긴 결과를 보면 한국의 도로는 24위로 싱가포르(2위) 일본(4위) 홍콩(8위) 등 경쟁국보다 크게 떨어졌다. 항만·운하시설도 27위에 그쳐 홍콩(1위) 싱가포르(7위) 대만(18위)에 뒤지고 있다.
반면 도로혼잡률(km당 자동차 대수)은 151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2위나 됐다.
한편 SOC 공사의 지연 및 중단이 지속되자 건설협회는 최근 ‘SOC 등 공공건설투자 확대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부산=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