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386’ 측근인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연루 의혹 보도와 관련해 “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부산지검이 정 전 비서관 관련 사건을 보강 수사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노 대통령은 과거에도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노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기인 2003년 5월 386 측근인 안희정 씨가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안 씨는 나의 동업자이며, 나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검찰을 압박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10월 측근인 최도술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대선 후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SK그룹으로부터 11억 원을 받은 의혹이 불거지자 “최 비서관의 행위에 대해 제가 모른다고 할 수가 없다.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며 신임 문제를 내걸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최 비서관의 비리가 모두 사실로 드러난 뒤에도 노 대통령은 “돈의 용도에 대해 선의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다른 386 측근인 이광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2003년 10월 ‘썬앤문’ 사건으로 측근 비리 특검 대상에 올라 사표를 제출하자 이를 수리하면서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 물러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안 씨가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북측 인사를 만난 사실을 통일부에 신고하지 않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자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같은 날 “남북교류협력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특별수사부 검사 출신의 한 중진 변호사는 “권력형 비리 수사 때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수사의 흐름과 종착지를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노 대통령은 수사의 공정성을 해치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2일 “노 대통령은 최측근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비호할 게 아니라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지시해 일벌백계하는 게 올바른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