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31. 삼성증권)이 메이저대회 역대 최고 성적을 위해 사활을 건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이형택이 4일 US오픈 16강에서 맞붙는 러시아의 니콜라이 다비덴코(26. 러시아)는 세계 4위의 강호다.
이형택은 다비덴코와의 역대 전적에서 한 차례 승리를 거둔 적이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5년전, 다비덴코가 현재와 같은 실력을 갖추지 못했을 당시 얘기다. 최근 다베덴코는 지난해 US오픈과 올해 프랑스오픈 4강 등 메이저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이번 대회 다비덴코의 플레이는 한 마디로 무결점이다. 다비덴코는 앞서 열린 3경기에서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177cm에 77kg의 작은 체구를 가진 다비덴코는 파워는 달리지만 대신 빠르고 정확한 스트로크를 코트 구석구석에 꽂는 플레이가 일품. 전형적인 베이스라이너인 다비덴코의 대포알 스트로크는 과거 안드레 애거시의 그것을 보는듯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투지를 앞세운 31세의 이형택도 결코 만만치 않다. 1회전 극심한 근육통에도 불구하고 세계 36위의 도미니크 에르바티(체코)를 한 수 위의 노련함으로 제압했고 이어 기예르모 카나스(아르헨티나), 앤디 머리(영국) 등 자신보다 랭킹이 한참 위인 선수들을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다비덴코보다 크지만 발리 등을 적절히 구사, 손쉽게 득점하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이형택은 이러한 불리함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0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US오픈 16강에 올라 당대 최강자였던 피트 샘프라스에게 패한지 어언 7년. 다시 한번 같은 무대 16강에 오른 이형택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기회에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게 되길 기대한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