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규제 강화로 비(非)은행 금융기관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가계 빚이 596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3일 내놓은 '2007년 2분기(4~6월)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3월 말보다 9조9238억 원이 늘어난 596조4407억 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의 2006년 추계 가구수(1598만8599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가구당 평균 부채규모는 3730만 원이 된다.
가계신용은 일반 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하고 진 빚(판매신용)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가계신용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것은 서민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권의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비은행 금융기관을 찾아가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예금은행 대출은 3월 말보다 2조1886억 원이 늘어 전분기(2조4178억 원 증가)보다 증가폭이 축소됐으나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은 5조6565억 원으로 전분기(1조2679억 원 증가)보다 증가폭이 크게 늘었다.
특히 농·수협 단위조합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신용협동기구의 가계대출은 4조3939억 원 늘어나 2003년 3분기(4조9000억 원)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 잔액에서 예금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2.1%로 1분기보다 0.7%포인트 하락한 반면 신용협동기구의 비중은 16.5%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들의 외상구매를 나타내는 판매신용은 전분기 2936억 원 감소에서 4787억 원 증가로 돌아서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비은행권 대출은 자금조달의 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