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은 미국에서 9·11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한지 6년이 되는 날. 2001년 사건 당일과 마찬가지로 화요일이다.
기념 행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요즘 미국에서 추모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신문이나 TV 보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화제는 '화장실 동성애 구애행각 의혹'으로 사퇴하게 된 래리 크레이그(62) 상원의원 이야기다. 그밖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이라크 전쟁 진행 상황 정도가 주요 뉴스에 오른다.
'9·11'테러가 발생했던 뉴욕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테러가 발생했던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서조차 당시 테러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테러로 붕괴됐던 쌍둥이 빌딩을 다시 짓는 공사가 상당부분 진척됐기 때문. 게다가 안전문제 때문에 공사현장이 높은 울타리로 가려있어 일반인들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9·11 흔적'을 찾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그냥 돌아가기 일쑤다.
더구나 올해에는 '9·11' 추모행사가 그라운드 제로 현장이 아닌 인근 주코티 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공사에 따른 안전문제 때문에 그라운드 제로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반발했지만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안전문제가 더 중요하다"며 이 같은 결정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추모 분위기를 잇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6년이 지난 오늘날 대규모 추모 행사를 얼마나 더 계속해야 하는지가 논란거리라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일반 미국인들 사이에 '9·11 피로감'이 생기면서 대규모 추모행사나 관련 보도에 거부감을 갖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 특히 몇 시간에 걸쳐 당시 사망한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는 행사는 그만 두어야 한다며 당일 아침에 짧은 침묵의 시간을 갖는 정도로 행사가 압축되기를 희망하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물론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런 논의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추모행사가 시들해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