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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라크에서 조기 철군 움직임

입력 | 2007-09-03 17:49:00


미국과 함께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영국이 이라크 주둔군의 조기 철군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 시내 바스라궁에 주둔하던 영국군 550명이 2일 밤과 3일 새벽 어둠을 틈타 시외 바스라 공군기지로 철수해 본대에 합류했다. 이로써 바스라 공군기지가 영국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내 유일한 거점으로 남게 됐다.

영국 국방부는 가을이 끝날 때까지 시내 치안 임무를 이라크군에 완전히 이양하고 연말까지 이라크 주둔 영국군을 현재 5500명에서 5000명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바스라 공군기지에 남는 영국군은 이라크군 훈련 등 측면 지원을 담당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시내에 투입돼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는다.

영국은 지난 2월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당시 7100명이던 이라크 주둔 영국군을 올 여름까지 5500명으로 줄인다는 부분 철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바스라궁 주둔군의 철수로 영국군의 완전 철수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영국군의 절대적 숫자가 줄어들면서 작전 시 무장세력에게 공격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바스라 시내에서 빠져나온 이상 계속 이라크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영국군이 바스라 공군기지에서 수행하는 임무를 쿠웨이트로 물러나 수행하는 문제를 놓고 영국과 쿠웨이트 양국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6월 취임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라크전을 반대했던 데이비드 밀리반드 환경 장관을 외무 장관에 기용하는 등 이라크전 반대인사들을 대거 중용했다.

최근에는 영국군 장성들까지 나서 미군의 이라크 전략을 비판했다.

이라크 전후 계획에 참여한 영국군 최고위 장성인 팀 크로스 소장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전 워싱턴에서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만나 전후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으나 무시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라크 침공 당시 영국군 참모총장을 지낸 마이크 잭슨 대장도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연재중인 자서전에서 미국의 전후 이라크 정책은 "매우 근시안적인 것이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파리=송평인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