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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22년을 기다려 친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사형수였다

입력 | 2007-09-03 19:01:00


가족이란 무엇인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를 답을 짐작한다. 그러나 영화 '마이 파더'(6일 개봉)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의 답이 과연 옳은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감정을 건드리지만 결코 '오버'하지 않으면서.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한국 출신 입양아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는 친부모를 찾아 미군으로 한국에 온다. 22년 만에 친아버지 황남철(김영철)을 만나지만 그는 두 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형수다. 파커는 힘들게 아버지를 받아들이지만, 그에게 또 다른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마이 파더'는 2003년 KBS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된 애런 베이츠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많이들 알고 있는 뻔한 얘기에 다니엘 헤니? 애초의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교도소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파커가 서투른 한국어로 "밤에…춥다…감기 조심해요"라고 말할 때, 부자가 벽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맞대며 사진을 찍을 때 서서히 움직이는 관객의 마음은, 파커가 힘줄이 툭 튀어나온 얼굴에 시뻘개진 눈으로 유리 조각을 들고 "내 아버지는 살인자"라고 소리 지를 때 '쿵'하고 내려앉는다. 유머는 곳곳에 적절하게 삽입됐고 미군 병영 내의 에피소드는 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을 자극적이지 않게 이용했다.

공중에 붕 떠 있던 다니엘 헤니의 발은 비로소 땅에 붙었다. 최근의 학력 논란을 제쳐두고, 이 영화만으로 평가하자면 그는 지금까지의 만들어진 '완벽남'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터뷰에서 "입양아인 어머니와 혼혈인 내가 마을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이었기 때문에 놀림을 받았고 영화 속 파커처럼 화장실에서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었다"는 그는 자신의 경험 때문인지 입양아의 내면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언제나 잘 하는 김영철은 역시나 훌륭했다. 관객의 동정심과 혐오감을 교대로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벌써 살인범을 미화했다는 논란과 피해자 가족의 상영 반대에 부딪혔다. 제작진은 실화를 '재구성'한 것이고 애런의 입장에서 봐 달라고 말한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 될 것 같다. 15세 이상.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