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노동력이 귀해지는 일본에서 정년퇴직자들이 신입사원으로 환영받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문성이나 인맥이 필요한 직종에서 점차 단순 노동시장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도쿄 미나토(港) 구에 자리한 투자종합그룹 오릭스 본사 20층 영업본부. 수화기를 한손에 들고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기쓰타카(橘高·63) 씨는 입사 3년째인 신입사원이다. 2005년 4월 대기업을 퇴직한 뒤 3개월 정도 쉬다 이 회사에 입사했다. "집사람이 종일 집에서 뒹군다며 구박해서… 하하."
인맥을 살려 그룹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그의 직무. 입사 직후 즉각 '친정 회사'를 찾아가 자동차 600대 리스 계약을 따냈다.
그는 주 3일 근무에 연간 기본급 240만 엔(약 1900만 원)과 성과급을 받는다. 급료가 많지는 않지만 연금이 있어 수입이 넉넉하다.
오릭스그룹은 94년 퇴직자 채용을 제도화했다. 경험이나 인맥이 부족한 젊은 영업사원들을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채용된 '중고년(中高年) 사원'은 6월말 현재 679명. 전체 직원의 약 5%다.
금융업계도 경험 많은 퇴직자 채용이 한창이다. 4년 전부터 리소나 은행의 자금운용 컨설턴트로 일하는 우메사와(梅澤·62) 씨는 전직 증권맨. 투자상품 판매 노하우를 영업담당자들에게 가르치며 스스로 영업도 담당한다.
일본에서는 예전에도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 이후에도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이 80% 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른 직장의 퇴직자를 새로 채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업들이 타 기업 퇴직자에 손을 내밀게 된 데는 고용환경의 변화라는 현실이 작용했다. 저출산·고령화가 진행 중인 사회에서 '저임금으로라도 일하고 싶다'는 노년층의 욕구와 '순발력이 조금 딸리더라도 일손이 필요하다'는 기업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기후(岐阜) 현 나카즈가와(中津川) 시의 기계부품 제조업체 가토제작소는 지역사회의 현실과 회사의 요구를 잘 조화시킨 사례다. 2001년부터 60세 이상 사원을 모집해 현재 종업원 95명 중 39명이 60세 이상이다. 이 중 31명은 전혀 다른 직종 출신이다.
'핵심 업무는 젊은 직원, 지원 업무는 실버세대'로 분담한 것이 효과를 나타내 3년 연속 흑자를 기록중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