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씨 형제가 친인척과 회사 직원 명의로 5개의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대표이사를 수시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가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아파트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세운 회사인 I사는 8일 만에 대표를 갈아 치우는 등 21개월 동안 대표가 5차례나 바뀌었다.
I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05년 4월 회사를 세우며 대표직을 맡은 김 씨는 1개월 뒤 직원 진모(39) 씨를 대표직에 앉혔다가 다음달 대표직에 복귀했다.
이어 김 씨는 2006년 2월 공동대표를 둘 수 있게 사규를 고친 뒤 황모(58) 씨에게 공동대표직을 맡겼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공동대표 규정을 없애면서 자신이 다시 단독 대표직을 맡았다.
올해 1월에는 자신의 운전기사 조모(40) 씨를 대표직에 앉혔다가 8일 만에 끌어내리고 대표직에 다시 앉았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김 씨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1억원을 건넬 때 동행한 김 씨의 측근이다.
아파트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금융과 토지매입, 공사현장 정리 등을 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H사 대표도 '김 씨의 형→김 씨 사촌 처남→인테리어업자' 등으로 계속 바뀌었다.
2004년 6월 설립 당시 대표는 김 씨 형이 맡았지만 이듬해 12월 김 씨의 사촌 처남 강모(50) 씨로 바뀌었고 올 5월에는 인테리어업자 강모(47) 씨로 교체됐다.
올해 1월 김 씨 사촌 처남을 대표로 설립된 S사도 마찬가지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유원지 3만여㎡ 매입에 앞서 설립된 이 회사 대표는 10일 만에 김 씨로 바뀌었다. 24일 뒤엔 김 씨가 물러나고 운전기사 조 씨가 임명됐다.
김씨는 1997년 설립했다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올 3월 폐업한 J사와 다른 H사에도 부하직원들을 대표직에 올렸다가 끌어내리기를 반복했다.
대표직에 직원들을 앉혔다가 수시로 교체한 것은 회사 대출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건설사 관련 소송을 맡고 있는 부산의 한 변호사는 "대표이사가 되면 대출시 반드시 연대보증을 해야 한다. 회사 기밀이나 비리를 알게 된 직원들을 대표직에 앉히면 빚보증으로 손발을 묶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인척을 대표로 임명하는 이유에 대해선 "회사의 실소유주가 소송 등을 당하게 됐을 때 책임을 허수아비 대표에게 전가시키고 자신은 뒤로 빠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비리에 연루되는 등 큰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손쉽게 위장할 수 있는 방법이 대표자와 회사명을 한꺼번에 변경하는 것"이라며 "대표직 교체는 이미지 세탁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산=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